집에서 쿠키를 만들어 먹으면서 이정도 맛이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가끔 입이 심심하고 단게 땡기때마다 간단한 초코쿠키를 만들어서 먹고 있었는데, 어느날 지나다니던 동네 수제쿠키점에서 구입한 쿠키를 먹으면서 든 생각,
집에서 만들어 먹은 쿠키보다 이집 쿠키가 더 바삭하고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느낌이네..
뭐 그렇다고 내가 만든 쿠키가 아주 맛이 없었다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그냥 먹으면 바삭하고 맛있긴한데 그 수제쿠키집의 쿠키와 비교했을때 약간 푸석거리는 느낌에 밀가루 같이 텁텁한 맛이 난다랄까.. 하긴 그만큼 맛있으니 쿠키집에서 파는거겠지만..
그렇게 쿠키를 만들면서 잘 풀리지 않는 궁금증들이 하나둘 생기고 있을때 다행이도 동네 수제쿠키집인 크로스로드(또는 언덕위파란집) 사장님에게 물어봐 해결한 궁금증 몇가지를 정리해볼까 한다.
한두달전인가 그 자리에 떡복기집이 들어서면서 동네 수제쿠키집'이었던'이 되버리긴했는데 떡복기집 주인말로는 쿠키집 주인이 유학을 갔다나.. 일주일정도 자전거 여행을 다녀와서 커피나 한잔 사먹으려고 갔더니 쿠키집은 사라지고 인테리어 공사중이라 약간 황당하기도하고 그랬던..
아무튼 가끔 커피나 팥빙수를 사먹으면서 잠깐씩 쿠키만들기에 대해 물어보는 정도였지만, 인터넷상에서는 간단한 몇줄의 레시피로 설명하거나 이정도는 다 알거라고 생각해서인지 자세한 설명을 찾기 힘든 부분이 있고, 내가 만든 쿠키를 맛보고 문제점에 대한 답을 준다는건 온라인상에서는 불가능한데, 이런면에서 집근처에 직접 질문 할 수 있고 만든 쿠키를 맛보고 문제점을 찾아 해답을 얻을 수 있어서 꽤 도움이 됐다고나 할까..
가계가 작고 대부분 포장해가는 손님이라 창가에 앉아서 팥빙수를 먹으면서 와이파이 잡아서 인터넷하고 있으면 나름 아지트 같은 느낌도 있고, 핫초코나 레모네이드도 진하게 만들어줘서 괜찮았는데 약간 아쉬운!
집에서 쿠키를 만들때 궁금했던 것들
1. 쿠키 굽는 시간을 꼭 레시피에 나온대로만 할 필요는 없다.
보통 쿠키를 굽는 시간은 8분~12분 정도로 레시피에 나와있지만, 가정용 오븐의 경우 온도 전달이 약하거나 팬을 놓는 위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쿠키가 노릇하게 구워질때까지 시간을 늘려서 구우면 더 바삭한 쿠키를 만들 수 있다. 더 바삭하게 하려고 온도를 올리면 오히려 쿠키가 타버리기 때문에 레시피에 나온 온도에 몇번의 경험을 통해 적당한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편이 낫다.
예를들어 집에있는 가스오븐을 살펴보니 위,아래 쪽에 불이 나오는곳이 있긴하지만, 위쪽은 그릴 기능일때만 켜지고 오븐기능에서는 아래쪽에만 불이 켜지기때문에 겉면을 바삭하게 굽기가 쉽지 않은데, 레시피의 12분보다 20분정도 넉넉하게 구워주는게 더 바삭하고 맛있었다.
2. 가정용 내장형 가스오븐의 그릴기능과 오븐기능의 차이점
업소용 오븐은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고, 집에서 사용중인 가정용 가스오븐의 경우 오븐, 그릴, 바베큐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릴메뉴는 위쪽에서 불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직화에 가까운 방법으로 별도의 온도 조절이 불가능하고 시간설정만 가능하고,
오븐메뉴는 아래쪽에서 불이 나와 공기를 뜨겁게해서 굽는 방식으로 온도조절과 시간조절이 가능하다.
가정용 가스오븐에서 오븐기능을 이용해 쿠키를 구워보면 바삭하게 구워지기는하지만 겉면이 노릇하게(카라멜라이징?) 구워지지는 않고, 그렇다고 그릴 기능으로 굽자니 겉면은 노릇하게 구워지지만 온도가 높아서 쿠키가 타버리기 쉽다.
그래서 오븐기능으로 15분정도 굽고 그릴기능으로 겉면이 노릇해질 정도로 1~2분정도 굽는 방법으로 약간 노릇하게 구워봤는데, 사용중인 가정용 가스오븐의 위쪽 그릴판이 작고 좁은 범위만 가열되는 경향이 있어서 쿠키점의 쿠키처럼 노릇한 빛깔이 골고루 나오게 쿠키를 굽기란 쉽지 않더라는..
(왼쪽 사진은 그릴기능 2분돌렸다가 타버린 쿠키)
오븐내에서도 팬을 놓는 위치에 따라 온도전달이 달라지는데, 오븐기능을 이용 할 때는 아래쪽에서 가스불로 가열하기 때문에 아래쪽에 놓으면 탈 수도 있다.
3. 다 구운 후 5~10분정도 뜸 들이기
쿠키를 구울때 오븐 타이머가 끝나고나서 남아있는 열기로 5~10분정도 더 뜸을 들여서 남아있는 열로 굽는 시간을 늘려주면 탈 염려도 없고 더 바삭한 쿠키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4. 쿠키 반죽은 누르지 말고 줄긋듯이 가볍게 섞어줘야하는 이유
쿠키 반죽을 너무 많이 주물럭거리면 글루텐이 생성되기때문에 칼집을 내듯이 섞으라는 설명을 본 적이 있지만, 밀가루를 골고루 섞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여러번 반죽을 하게되고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실히 감이 오지 않아서 빵 반죽처럼 매끄럽게 될때까지 반죽을 하기도 했었는데.. (사진)
직접 만든 쿠키가 약간 푸석한 것에 대한 이런저런 이유를 크로스로드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반죽을 할 때 버터와 계란으로 만든 크림에있는 거품이 꺼지지 않도록 주걱을 세워 세로로 줄긋듯이 내려긋고 뒤집어주면서 반죽이 눌리지 않게 살살 섞어줘야 한다는 힌트.
그제서야 레시피에 나와있던 쿠키 반죽을 할 때 왜 주걱으로 세워서 찍듯이 또는 일자로 그으면서 하라는건지 이해가가던데, 인터넷에서 여러가지 레시피를 봤지만 쿠키반죽을 그런식으로 해야하는 이유까지 붙여서 설명해주는 글을 본적은 없는것 같기도..
사진은 약간 덜 섞인 것처럼 보이지만 바삭한 쿠키를 만들기위한 좋은 예.
버터 거품을 터지지않게 한다는 기분으로 주걱을 세워서 밀가루를 섞어주고, 구울때 이 거품들이 쿠키에 공간을 만들어줘서 바삭한 쿠키가 만들어지는게 아닐까라는 생각.
5. 버터는 가능하면 실온에서 녹이라고 하는 이유
냉장고에 있던 버터를 빠르게 사용하려고 종이컵에 담아 전자렌지에 살짝돌려 녹여서 사용하곤 했는데, 쿠키집 사장님 말에 의하면 버터를 실온에서 녹여 약간 덩어리진 상태로 사용하는게 거품 내기에도 좋고 그래야 쿠키를 바삭하게 만들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
전자렌지에 돌려서 버터를 녹인다고해도 완전히 액체상태까지 녹이는게 아니라 약간 고체상태정도, 너무 녹았다면 살짝 냉장고에 넣어서 덩어리로 만들어 사용해도 될 듯? (사진 정도로)
반죽 할 때 너무 눌러서 밀가루에서 기름이 반들반들하게 흐르는 정도라면 밀가루에서 기름이 새어나온 실패한 반죽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면 초기에 쿠키를 만들때 이런식으로 찍거나 긋는 반죽 방법이 필요한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그냥 편한대로 하다보니 식빵 반죽처럼 기름이 반들반들하게 새어나온 반죽을 이용했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바삭하고 깔끔함이 부족했던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
결론
사실 쿠키를 처음 만드는 입장에서는 대충 밀가루에 재료를 계량해서 넣고 오븐에 굽기만해도 맛있게 느껴지긴한다. 그러나 공장에서 찍어낸 바삭하기만한 밀가루 덩어리 같은 쿠키가 아니라, 바삭하면서도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영혼?있는 쿠키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의 배합, 버터의 상태, 반죽 방법, 굽는 시간 정도를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노하우를 습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초반에 만든 쿠키가 버전 1 이라면 반죽방법과 굽는시간만 바꿔서 만든 쿠키는 버전 1.1이 아니라 버전 2 정도로 맛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데 개인적인 생각!
감사합니다 도움이 많이되었어요 ㅎㅎ
답글삭제도움되셨다니 다행요 :)
삭제정말 감사합니다 좋은글이에요 이글을 참고로 해서 이번 화이트데이때 좋은 쿠키를 만들수 있게 해보겠습니다
답글삭제ㅋㅋ
삭제줄사람은 있어요? 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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