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2017
차 밑에 숨어 있던 길고양이랑 친해지기..
작년 9월말 가을이 거의 끝나갈때 쯤 아파트 공원에 돌아다니는 길고양를 발견하고는 좀 특이하다고 생각.. 보통은 음식물 쓰래기장이 있는 아래층에서 생활하지 먹을것도 없는 지상층 공원으로 넘어오는 경우는 몇년째 살면서 처음 보는것 같았는데..
어쨋건 어릴적 말고는 딱히 애완동물을 키워 본 적도 없고 딱히 관심이 있는것도 아니라서 그렇게 지나치던 어느날 장난감 드론을 구입해서 연습하고 있는데 자동차 밑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요 길고양이 녀석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길고양이들이 원래 경계심이 많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다가가면 도망가고 가만히 있으면 주변으로 돌아와서 쭈구리고 있기를 반복하는 녀석의 행동이 좀 짜증나기도 했지만.. 혹시 배고파서 먹을걸 달라는건가 싶어서 냉장고에 쌓여있던 닭가슴살을 전자렌지에 돌려서 줬더니 물고 바로 도망가버리는 얄미운 길고양이 놈..
그렇게 먹을걸 몇번 줬더니 요놈도 날 알아보는것 같긴한데, 경계하면서 주변에서 기웃거리다 먹을걸 주면 물고 도망가는건 이후로도 몇주간 지속 됐다는..
고양이랑 친해지려면 어떻해야하나 이것저것 검색하면서 고양이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던 중.. 닭고기 보다는 사료가 가격도 저렴하고, 고양이는 합성하지 못하는 타우린 같은 영양성분도 첨가되어 있어 영양적으로도 더 좋다길래 난생 처음으로 고양이 사료도 구입..
닭가슴살 보다 부담이 없는 사료 덕분에 거의 매일 밥을 주게되고, 30분정도 주변에서 시간을 보낸지 한달정도 지나자 요놈도 익숙해 졌는지 어느정도 다가와 장난도 치고 쓰다듬는 것도 허용할 정도로 친해지게 됐다.
전부터 먹을걸 챙겨주던 분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로는 작년 겨울 아래층 쓰래기장 근처에서 새끼 여러마리가 돌아다녀 가끔 밥을 챙겨주곤 했는데, 겨울이 되면서 안보이더니 올 여름쯤인가 공원에서 다시 보이길래 간간히 먹을걸 챙겨주고 있다고..
아무튼 그렇게 거의 매일 보고 점점 친해지면서 과연 어디까지 책임질수 있을까.. 데려다 키워볼까 등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기도 했는데, 길고양이로 성묘가 된 경우 집고양이처럼 친화적이 되기도 힘들고, 데려다가 하루종일 집에 가둬놓는게 길고양이 한테도 최선일지를 고민하다가 그냥 이대로 지내기로 결정.. (사람의 입장에선 춥고 배고픈 길거리 생활로 볼수도 있지만, 이미 야생성을 가진 고양이에게 좀 위험하더라도 자유롭게 사는게 나을수도 있을테니)
10월쯤 2주 정도 제주도 여행을 갈일이 있어서 혹시 먹을게 없어서 굶거나 다른곳으로 옮겨가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지만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는 녀석을 보니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문득.. 아무튼 생각했던 것 보다는 주변을 잘 알고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이 있는것 같아서 안심이 되면서 한편으로는 그만큼 긴 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냈다고 생각하니 짠하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는..
그렇게 밥을 챙겨준지 2~3달쯤 지나자 이제는 만나면 반갑다고 야옹 거리며 머리도 부비고 다리 사이를 왔다 갔다하기도 하고, 가방이나 다리위로 올라와서 졸기도 하는 등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발정기가 찾아와 공원을 돌아다니며 울부짖기도 하고.. 그냥 귀여운 고양이가 아니라 뭔가 교감한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친해져 본 건 처음이라 그런지 참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두세번째 발정기가 찾아 왔을때 쯤 이었나 갑자기 사라져 버린 길고양이 녀석..
주변 아파트와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물어보고 있을만한 곳도 구석구석 돌아봤지만 끝내 찾을수는 없었던.. 만약 사고가 났다면 관리실이나 어디에서 소식이라도 있었을텐데.. 그냥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귀여워하던 다른 사람이 데려갔거나 발정나서 암컷을 따라 다른 동네로 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밥주던 길고양이가 사라졌다가 몇달후에 다시 나타났다는 말들도 있어서 뭐 갑자기 사라진건 섭섭하기도 하고 허전하지만 어디선가 잘 살고 있으려니 생각하기로..
그렇게 길고양이를 만나 친해지면서 고양이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관심 없던 동네 길고양이들도 유심히 살펴보게 된.. 그리고 영상으로 기록하면서 편집도 신경쓰게 되고, 더 재밌게 만들려고 하다보니 편집 실력도 늘고.. 아무튼 길고양이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많은걸 얻은것 같은 그런 느낌.. 그 시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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