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길고양이.. 치즈.. 그냥 치즈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아니 관심 조차 없던 시절이 불과 6년전이다. 그 전까지 나 역시도 차 밑에 숨어셔 노려보는 고양이를 가끔 마주칠때면 어딘가 기분 나쁘게 생긴 동물쯤으로 여기던 때가 있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아파트 공원에서 리뷰 할 드론을 날리고 있었다. 그때만해도 동영상 편집은잘 못하고 블로그에 꼼꼼히 찍은 사진과 나름대로 생각하는 물건의 포인트를 장황하게 나열하며 블로그의 꿈을? 키우고 있던 때였는데, 아마 시마 X 드론인가를 새로 구입해서 처음 접해 본 드론을 날리며 감탄하고 있었다.
뭔가 옆에서 지켜보는 느낌이 들어서 쳐다보니 길고양이 한마리가 웅크린채 신기한건지 드론을 쳐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지금 생각해보면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였지만, 그때만해도 고양이들은 차 밑이나 음침한 곳에 숨어다니는 줄로만 알았는데 이놈은 인도위에 올라와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게 신기하기도하고 뭐하는 놈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가끔 공원에 나가면 수풀 속에서 뜬금없이 나타나서 지켜보는 어색한 만남이 이어졌지만 경계심이 많아서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는데, 그래서 한번 친해져볼까 하는 생각에 집에서 먹던 닭가슴살을 던져주고, 달걀도 한번 삶아서 줘보기도 하고, 동네 마트에서 난생 처음 고양이 간식이라는 것도 사다가 줘보면서 점점 고양이에 대한 비호감이 호감으로 스리슬쩍 바뀌고 있었던것 같다.
뭐 어쨋든 그렇게 어색한 만남 이후, 고양이에 대해 이런저런 검색을 해보다 털 무늬가 치즈라는걸 알고 그냥 치즈라고 불렀다. 가장 저렴한 사료를 구입해서 밥도 줘보고, 일주일에 한두번 만나던게 요놈은 뭐하고 사나 궁금해서 하루에 한두번씩 나가서 찾아도 보고 그렇게 몇달후에는 무릎위까지 올라와서 늘어지게 잠드는 친밀한 사이가 되었던 ‘치즈’가 나의 첫 길고양이다.
뭐든지 처음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치즈’도 고양이에 대한 비호감을 호감으로 바꿔 준 그리고 고양이에 대해 궁금하게 만들고, 텍스트에 머물러 블로그만 하던 나에게 영상편집 이라는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어 준 고마운 길고양이다.
그렇게 첫 길고양이 ‘치즈’가 짧은 만남 후 홀연히 사라진지도 6년.. 지금은 고양이에 대한 지식도 어느정도 있고, 밥을 챙겨주는 다른 고양이들도 생겼고, 길고야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삼 사람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도 해보게 된다.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캣맘, 길고양이 주려고 없는 돈에 편의점에서 몇천원짜리 간식을 사오는 학생, 길고양이 영상에 협오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댓글로 감정을 배설하는 사람들, 길고양이 밥을 왜 주냐며 고함치고 협박하는 동대표, 감당하기에 벅차 보이는 수십마리의 길고양이 챙기느라 사료값을 걱정하는 캣맘, 생명을 앞세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캣맘..
길고양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일도 있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길고양이 밥을 주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머리아픈 일들도 생겨난다는게.. 세상은 참 공평하다.
어딜가나 결국 문제는 인간관계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이야기하는 말이 안통하는 사람들 그리고 약자가 또 다른 약자에게 갑질하고 괴롭히는건, 반대하는 사람들의 혐오가 캣맘으로 향하고 캣맘의 분노는 또 다른 사람에게 향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낸다는게 참 어려운 일이다.
길고양이 ‘치즈’를 몰랐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아마 평생 알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람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풀어볼까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