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3/2022

책 읽은 느낌.. 쿠팡플레이 '안나' 원작소설 '친밀한 이방인' 정한아



  • 제목 : 친밀한 이방인

  • 저자 : 정한아

    • 다수의 상을 수상한 이력의 소설가라고 한다

  • 작가의 의도

    • 나는 늘 거짓말쟁이와 사기꾼들에게 마음이 끌렸다. 그들이 꾸는 헛된 꿈, 허무맹랑한 욕망이 내 것처럼 달콤하고 쓰렸다. 나는 그들을 안다고 생각했다. 내가 바로 그들이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그런 착각, 혹은 간극 속에서 이야기를 쓰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야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 닫는 것이다.

    • 아버지와 엄마. 나는 그들과 한집에서 이십 년간 함께 살았지만 두 사람의 진짜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이 평범하게 걷고 있는 길 위의 풍경처럼 그들의 결혼생활도 그랬다. 우리가 질서를 연기하는 한, 진짜 삶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다면 진짜 삶은 어디 있는가? 그것은 인생의 마지 막에서야 밝혀질 대목이다. 모든 걸 다 잃어버린 후, 폐허가 된 길 목에서.

    • 작가의 인간관계에 대한 호기심과 비관적인 생각들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긴듯

  • 책을 선택했던 이유

    •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를 보면서.. 뭔가 자극적인 소재와 우울한 분위기로 가득차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취향은 아니었지만, 원작소설도 그럴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에 읽어 봄

  • 총평

    • 일단 작가의 문장력이 돋보인다. 보통 이렇게 문장과 문단을 길게 쓰다보면 반복되는 느낌이나 필요이상의 군더더기들이 붙으면서 뭔가 읽기 불편하고 집중을 못하게 방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묘사가 세세하면서도 깔끔한 문장들이 그런 느낌을 전혀 주지 않고 오히려 곱씹어보고 싶게 만드는게 인상적이다.

    • 드라마와 소설은 내용도 그렇고 분위기에서도 상당히 차이가 있다. 둘다 주인공의 비관적인 느낌은 비슷하지만, 드라마는 어둡고 자극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소설은 안나를 따라가는 주인공의 호기심과 미스테리한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랄까. 안나를 추적하는 소설가 주인공의 상황과 안나의 상황이 교차되면서 주인공이 안나였다는 반전으로 흘렀어도 어색하지 않을것 같고, 뭔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안나라는 캐릭터를 통해 풀어내는것 같은 묘한 기분도 든다.

    •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은 좀 떨어지는 편인데, 문장력에 비해 구성력은 약간 부족한 느낌이랄까. 거짓말로 자신의 인생을 꾸미고 셩별까지 오가며 다른 사람을 속이고, 이런 상황을 관련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차근차근 풀어내는 구성은 흥미롭지만 뭔가 안나에게 강하게 몰입하기에는 약간 부족하고, 그 이야기들도 어찌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안나를 끼워넣은 듯한 느낌인데 드라마 보다 소설이 아쉬운 부분이 이 지점인 듯

    • 사람들은 누구나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을 자기합리화로 덮는다. 그렇게 자신의 현실을 잊는것이 때론 고통을 잊는 생존의 방법이 되기도 하고, 안나도 그런 생존의 방법으로 가장 쉬운 방법인 거짓말을 택한거라고 본다. 다만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영향을 미칠만큼 그 크기가 커졌다는게 문제.. 결국 욕심. 거짓말은 수단일 뿐이고 허상을 쌓아서 도착한 그곳에 만족감이나 행복은 없다. 아마 안나가 원했던 행복은 결국 자신에게 있었을텐데 그 행복을 찾기 위해 참 먼길을 돌아가는데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는?

    • 리플리 증후군 : 현실을 부정하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부르는 신조어

    • 이 소설이나 드라마의 안나는 자신이 만든 허구의 세계가 진실이라고 믿는 단계까지는 아니고, 자신의 거짓을 덮기 위해 지능적으로 거짓말을 덧씌우는 사기꾼 같은 느낌에 가깝다. 아무튼 리플리증후군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과시욕을 채우기 위해 어느정도 거짓말을 요인하고 자기합리화 하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있다. 예를들어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현실을 더 좋게 포장해서 보여주려고 한다던가 다른 사람에게 더 행복한것처럼 포장한다던가 정치인들의 학력위조 라던가.. 어찌보면 이건 어릴때부터 경쟁에 던져지고 자신의 행복을 다른 사람과의 비교우위에서 얻을수 있을거라는 헛된 망상 그리고 능력 보다 학력이나 경력이 좋으면 그 안에서 인맥이 생기고 그렇게 사회적 지위 상승의 기회가 주어지게 되는 한국 사회의 시스템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생각의 꼬리로 마무리..

  • 인상 깊었던 내용이나 문장

    • 나는 한마디 한마디 꾹꾹 눌러 담듯 말했다. (작가의 글도 마치 꾹꾹 눌러 담은것같은 느낌..)

    • "그런데 지난주에 당신을 만나고 나서, 일주일 내내 마치 뭔가 에 사로잡힌 것처럼 그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궁금한 것이 점점 더 늘어나는 거예요. 저는 그 사람의 반복된 거짓과 위증이 무엇에 기인하는지 그 시작과 끝을 알고 싶어요. 단순한 흥미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사실 저는 이것이 일종의 수수 께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하지만 그날 아이는 밤새 다섯 번 잠에서 깼고, 그때마다 아주 적은 양의 분유를 먹은 후 까무룩 잠들었다가 금세 허기를 못 견디고 날카롭게 울어젖혔다. 그애는 나를 미치기 직전까지 몰고 갔다. 남편은 무능한 조수처럼 내 주위를 기웃거리다가 힘없이 물러서기 일쑤였다. 어쨌든 그는 잠을 자고 일어나서, 우리에게 빵 몇 조각과 수프를 사 먹이기 위해 강의 준비를 해야 했다. 나는 이미 경제적 쓸모를 잃어버렸고, 밖에서 돈벌이를 하는 남편이 적어 도 집에서는 쉴 수 있도록 아이를 그에게서 멀리 데려가야 했다. 새벽에 거실에서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노라면 방에서 남편 이 코를 고는 소리와, 아기가 젖병 꼭지를 쌕쌕 빨아당기는 소리가 번갈아 들렸다. 아이는 사랑을 갈구하듯 내 옷을 움켜쥐었다. 나는 아이의 손에서 내 옷자락을 빼내었고,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아이의 손을 텅 빈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머릿속이 짓뭉개진 진흙 같았고, 두통이 끊이지 않았다. 책상 위에는 시작도 못한 소설이 새하얀 백지로 뭉치째 쌓여 있었다. (이런식으로 세세한 묘사와 딱 티나지 않을 만큼만 반복되는 반문의 주고받기 그리고 리듬감이 있는 문장들 때문에 읽기에도 편하고 재미도 있고)

    • '오랜 시간 내가 간절히 바란 것은 오직 하나. 진짜 내가 누구인 지를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변장과 거짓말을 실제라고 믿는 정신 착란에 빠지는 것. 그랬다면 이토록 여러 번 죽음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허상이라도 딛고 설 땅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를 속일 때도 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무대이며, 도처의 아름다운 사물들도 결국 소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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