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좀 식상해진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를 얻으며 분야를 확장하고 있을무렵 요리를 주제로하는 마셰코 시즌2을 보면서 재밌다는 생각에 꼬박꼬박 챙겨봤었는데, 시즌3를 거쳐 시즌4까지 보면서 점점 재미도 떨어지고 여전히 찜찜한 구석이 많은것 같아서 그냥 개인적인 생각을 몇자 적어봄.
공정하지 못한 일반인 vs 요리사의 경쟁
외국의 마스터셰프는 일반인 참가만 가능하다던데, 한국의 마스터셰프는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식당 경험이 있는 요리경력자의 참가까지 허용되면서 이미 시작부터 공정하지 않은 경쟁을 전제로하고 있는것 같다.
그런부분이 주최측 마음이라고 하더라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요리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지만 요리를 잘하고 싶어하는.. 어찌보면 나와 비슷한 일반사람이 나와서 경쟁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게 더 감정이입이 되고 그안에서 벌어지는 드라마에 더 큰 감동을 느끼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충분한 기회를 통해서 잠재되있던 장점을 키우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하는거지, 무슨 자격증 시험처럼 조그만 실수에도 잘라버리고 수년 경력의 요리사나 충족할법한 까다로운 조건으로 자기들만의 경쟁을 펼치는건 일반인인 시청자 입장에서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그런데 마셰코는 요리 경력자의 참가를 허용하면서부터 이미 일반인의 성장 드라마 보다는 뭔가 더 보여줄만한게 있을법한 사람들로 뽑아놓고는, 정작 요리 보다는 극한상황으로 몰아놓고는 참가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나 관찰하는 다소 잔인한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느낌에 오히려 반감이 생기는것 같기도 하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많이 본건 아니지만, 그런 프로그램에서 보면 가수를 하다가 실패하거나 연습생 시절을 거쳤던 사람들이 초반엔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전문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순간순간 진행되는 미션이나 심사위원들을 통해 현재의 실력보다 발전가능성이 높은 참가자가 발탁되고 결국은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연출되면서 더 큰 감동을 불러 일으키곤 하는데, 경험자의 비중이 높은 마셰코에서 그런 드라마나 감동을 기대하기란, 선발인원이나 심사조건으로 봐서는 힘들어 보이는게 사실.
그나마 시즌2에서 우승한 최강록이 만화책을 보고 요리를 배웠다고해서 일반인이 경쟁자들을 물리치는듯한 모습을 보여줬으나, 알고보니 가계 경험도 있고 일본에서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운적이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속았다는 배신감마저 들더라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마셰코가 흥행을 하려면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시청자의 눈높이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심사위원으로 유명 셰프들을 데려다놓고는 자기들만의 높은 수준에 맞춰 심사하면서 뭔가 자기들 맘대로하는듯한 인상을 주는것 보다는, 비전문가나 시청자 평가단을 포함시켜서 꼭 요리만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면서 시청자도 뭔가 참여한다는 재미를 찾을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심사
심사위원이라고 출연한 3명의 셰프들을 보면 자신의 결정이 아니라 옆에 심사위원의 결정에 많은 영향을 받는듯한 모습이 자주 보인다. 과연 심사기준이란게 있기나 한건지 그냥 기분에 따라 또는 옆에 셰프가 이렇다고 설득하면 그대로 따라서 결정하는건 아닌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심사에 객관성이 결여된듯한 느낌이다.
심사기준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러이러한 기준에의해 이만큼의 점수를 받았고 평점이 얼마여서 3명의 심사위원이 각자 매긴 점수를 합산해보니 결과가 이렇게 됐다라는 정도로 뭔가 심사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으로 투명성과 설득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그런 명확한 심사과정 없이도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수있는 자질있는 심사위원을 섭외하던가.. 적어도 시즌2에서 시즌4까지 나온 심사위원들은 요리사로는 훌륭할지 몰라도 심사위원으로 볼때 심사방법이나 객관성면에서는 자격이 미달되는 느낌이 강하다.
심사위원이 무슨 조교나 갑 처럼 보이는 현재의 심사방식 말고, 판단이나 행동에서 시청자가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고민도 좀 하면서 한편으론 시청자를 대변할줄아는 그런 심사위원의 모습이 어느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심사위원들의 참가자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한가지 더, 이전에도 느낀거지만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예의가 부족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한다.
어떤 사람보다 요리를 잘한다는건 그냥 요리를 잘한다는거지 그 사람보다 인간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를 대하는걸보면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연장자에게 마치 어린애 대하듯 농담따먹기를하며 놀리는듯 하기도하고, 강아지에게 막대기 던지듯이 앞치마를 던지는 등 참가자들을 하대하는듯한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뭐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주방이라는 곳이 군대처럼 상당히 강압적이고 상하가 분명한 곳이다보니 그런 환경에 적응되서 그런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이 주방이 아니고 그들도 주방장이 아닌 심사위원으로 아자리에 서있다는걸 생각한다면 조금 더 참가자들에게 인간적인 예의를 지키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칼같이 잘라내려면, 먼저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필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뭐 하나 잘못하면 칼같이 잘라내는건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그 잘라내는 기준이 사전에 정해진 범위를 넘어서서 심사위원들 기분에 따라 자르는듯한 느낌을 주는건 마치 월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말 대단한 요리사가 심사위원이라고 해도 그 대회에 기본적으로 정해진 틀 안에서 권한을 행사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심사위원 자신의 기준에 용납이 안된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이유로 참가자를 탈락시키는건 시청자 입장에선 쉽게 납득이 되지도 않고, 심사위원 자신의 역할을 망각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그리고 방송에 보이는 부분의 분량이 얼마 안되고 주로 경선에 대한 내용만 나오는터라 뒤에서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능력향상을 위해 힘쓰는 모습을 시청자는 잘 몰라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방송에 나오는 경선에서 능력향상을 위한 과정이나 조언 보다 시험장처럼 뭐 하나 틀리면 탈락이라는 외줄타기를 시켜놓고 누가 떨어지나 지켜보는건 잔인하기도하고 그리 재밌는 광경도 아니다.
이건 마셰코의 초점이 누가 성장하고 잘하느냐가 아니라, 보다 자극적인 누가 떨어지느냐에 맞춰져 있기 때문인것 같은데, 물론 편집의 영향이 가장 크겠지만 심사과정에서도 너무 높은 기준으로 칼같이 자르기 보다는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는 참가자가 살아남아서 실력을 키울수있는 여지를 남겨놓는게 반전의 재미도있고 긍정적일거라고 생각된다.
전천후 만능 요리인 뽑기?
요리도 나름대로 자신의 전문분야가 있을텐데 마셰코에 나오는 과제들을 보면 그야말로 전천후 만능 요리인을 뽑으려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식, 중식, 양식 할거없이 그리고 온갖 식재료들을 다룰줄 알아야하고 그정도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마셰코에 나올 이유가 있을까 싶을정도로 너무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느낌이다.
마치 수능시험이 변별력을 위해 필요이상으로 난이도만 올리는것처럼, 어떤 능력이있는 참가자를 뽑기위한 시험이라기 보다는 참가자들을 떨구기 위한 시험 같다.
김밥만 잘 말아도 김밥집을 운영하고, 한식만 만들줄 알아도 식당을 차리는데 마셰코의 기준에서 그런 사람들은 요리사가 아닌것 같다. 이런식이라면 설사 이연복 셰프가 마셰코에 나온다고해도 그냥 탈락하지 않을까 싶을정도다. (이연복 셰프가 중식만 할줄안다는 가정하에)
통과한 참가자들 역시 운좋게 자신의 전문분야 였다거나, 적당히해서 꼴찌를 면해서 살아남은걸로 보일뿐, 제대로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느낌이 들지않으니 시청자 입장에서도 찜찜하기는 마찬가지다. (복불복 테스트 같은)
여전히 자극적이고 정신없는 편집
왠만한 쇼프로 보다 컷을 많이 사용해서 정신없는 편집은 여전한듯.
이게 심심하지 않은건 좋은데 너무 현란하다 못해 어지러울정도 그리고 전형적인 질질끄는 편집 등 시청자를 상당히 피곤하게 만드는 편집에, 경선의 긴박함을 표현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정신없는 교차 편집으로 뭔가 내용파악 마저도 힘들게 만들기도하고, 이런 편집을 왜 여전히 고집하는지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무슨 격투프로에나 어울릴법한 편집 보다는 완급조절을 해가며 느긋하게 음식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풀어낸다던가 어느정도 긴장을 풀고 편하게 볼수있도록 편집에도 신경을쓰면 좋을것 같다.
다수의 외국 참가자들, 요리 용어에 영단어 사용
요리 경력자의 참가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괴리감이 있는데, 거기다가 외국의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거나 공부중인 경력자들까지 대거 본선에 진출하면서 일반 참가자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진것 같다.
대부분의 요리들을 일반사람들은 알지도 못할법한 서양식 조리법으로 풀어내고(심사위원도 그렇고 자기들만 아는), 한국어로 의사표현을 못해 영어로 말하는 참가자를 보면서 마스터셰프 코리아가 맞나 싶기도하고, 한편으로는 경쟁이 치열한 외국의 마스터셰프 보다 외국문화에 관대한 한국의 분위기를 이용하는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거기다가 심사위원들도 일부러 티를 내려는건지 아니면 요리사들이 쓰는 전문용어라 관습적으로 사용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한글로 쉽게 말해도 되는것을 영단어로 말해서 오히려 알아듣기 힘들게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예를들면 언더쿡(덜익힘), 오버쿡(많이 익힘), 가니시(고명, 장식), 플레이트(접시), 스모크(연기), 크리스피(바삭), 어니언(양파), 슬라이스, 다이스 아뮤즈부쉬, 내츄럴, 디쉬 등..
도대체 이런 간단한 단어들을 굳이 영어로 말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영어에 익숙치 않은 시청자들까지 고려했다면 이런 부분을 심사위원에게 지적해서 한글로 바꿔서 말하도록 할수는 없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요리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거니까)
아무튼 일반 시청자의 눈높에 맞추려면, 요리 경력자와 외국 지원자의 참가 비율을 제한할 필요가 있어보이고, 필요 이상의 영단어 사용을 줄이고 쉽고 익숙한 한글 조리용어를 사용해서 누구나 부담없이 볼수있도록 했으면하는게 개인적인 바램이다.
요리과정에 대한 설명도, 먹는 즐거움도 없는 요리 프로그램
요즘 인기있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요리 과정도 중요하지만 즐겁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그런 부분이 조리방법만을 강조하던 예전 요리프로그램과의 큰 차이점이면서 인기의 비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마셰코가 전문 요리프로그램의 범주에 들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요리 과정을 쉽게 따라 할수있게 친절한 설명이 있지도.. 심사위원들의 먹는 모습이 즐겁다거나 웃긴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요즘 인기있는 요리 프로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다 버리고 가장 재미없다고 느끼는 고지식함과 딱딱함만 남겨놓은듯한 요리프로랄까..
심사위원들이 째려보고 무게만 잡는다고 공정한 심사라고 느끼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평가한다면, 심사위원으로 개그맨이 나와서 재밌게 먹으면서 웃겨주는것도 상관없고, 참가자들이 도살장에 끌려온듯이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며 굳어있는 모습이 아니라 서로의 요리과정을 지켜보고 음식을 먹어보며 축제를 즐기는듯한 모습을 보여주는게 그걸 보는 시청자도 즐겁지 않을까..
마무리
사람이 음식을 안먹으면 죽는건 맞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을 안먹는다고 죽는건 아니다.
이런 음식의 중요성을 요리와 연관시켜서 마치 요리가 사람의 삶과 죽음과 관계된 대단한 무엇인것처럼 과한 자부심을 내보이는 요리사들을 보면 솔직히 거부감이 더 드는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안중요한 일이 있기나 할까, 요리라는 기술이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건 맞지만 없다고해서 큰일이 나는것도 아니고,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해도 여전히 요리사라는 직업이 다른 직업에 비하면 육체적으로 힘들고 지저분한 일이라는것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마셰코가 요리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겐 어떤 목표가 될수있는 프로인 만큼, 몇몇 유명 셰프를 내세워 보기좋게 포장해 환상만 키우기 보다는 실제 요리사들의 힘든면도 조명해주면서 어느정도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것도 오히려 인간적이고 친근하게 느낄수있어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