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4/2013

신세계 (2012), 상황은 없고 사건만 있는 그저그런 깡패영화..



10년 전인가.. 한참 흥행 하다가 식상해지면서 사라졌던 깡패 영화들이 요즘 하나둘씩 보이는데 간만에 보니까 나름 신선한 맛은 있는것 같다. 요근래 본 영화중에서는 한국의 친인척 관계와 비열한 주인공을 등장시킨 한국형 깡패영화 '범죄와의 전쟁' 그리고 무간도의 경찰 스파이라는 설정의 느와르 느낌의 '신세계'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신세계 (2012)
개인평점 

신세계를 보고 난 느낌은 그닥 재밌지도 않은 그저 그런 깡패를 본 정도이다. 다 보고난 후 딱히 기억에 남는 멋진 장면도 없고 그나마 기억에 남는거라곤 영화내내 들었던 "씨발"이라는 단어 뿐이다.
개인적인 평을 좀 과격하게 표현한다면.. "씨발 뭣 같이" 귀가 더러워지는 영화 정도?

영화는 시작부터 황정민의 리얼한 욕설로 시작된다. 누군가는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뛰어난 연기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론 영화 시작부터 쏟아지는 욕설에 그리고 영화 내내 이어지는 욕설에 눈쌀이 찌푸려 졌다.
뭐 한편으로는 그만큼 황정민이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깡패라는 역할을 상황이나 느낌이 아닌 가장 쉬운 방법인 눈에 보이는 욕설로 밖에 표현해내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직내의 상당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잔인한 면모를 감추고 가볍게 행동하는 황정민의 캐릭터를 그저 불량 청소년 처럼 '씨발'을 연발하고 실 없는 농담이나 주고 받는 모습으로 표현됐다는건 아쉬운 부분이다.


이 영화에서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3명중에서 실질적인 주연은 이정재 인데, 최민식은 분량은 많지만 인물의 특색이나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는 기능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고, 그나마 비중있는 황정민 역시 배경 설명이 없는 그냥 조직내 권력있는 깡패 역할에 이정재와 친한 정도의 역할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결국 3명의 주연이라기 보단 내용이나 비중으로 봤을 때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이정재의 한명 뿐이라는게 맞을 것 같다.
그나마 '도둑들'에선 여러명의 주인공들이 비슷한 비중을 가지고 있어서 괜찮아 보였는데, 역시 이런 비중있는 역할을 맡기에는 아직도 이정재의 역량이나 연기력이 부족하다는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다.

경찰 신분으로 깡패조직에 스파이로 투입되 보스급으로 살아가면서 치밀한 두뇌게임까지 펼쳐야 하는 설정을 이야기로 잘 살려내지 못한 것도 있지만, 영화의 가장 핵심이 되는 내면연기가 필요한 역할에 좀 더 연기력이 받혀주는 배우를 썼으면.. 아니면 설정을 보스급이 아닌 말단 깡패로 했으면 그나마 이정재에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보는 내내 이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진 이유는 상황은 없고 설정과 사건만 있는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는데,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보니 눈앞에서 펼쳐지는 잔인한 싸움이나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몰입감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후계자 자리를 두고 두 보스급이 싸울듯 말듯 애매한 상황에서 바로 피튀기는 싸움 장면으로 가버린다던가 , 이정재가 경찰의 스파이라는게 반전 요소가 아님에도 영화 내내 어떻게 스파이가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고, 그렇다보니 스파이라는 긴장감이 부족하고 중간에 신분을 들킬뻔한 위기의 순간에 벌벌떠는 모습이 오히려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경찰보다는 깡패에 가깝에 느껴졌다.



그렇다고 느와르 영화로 기억에 남을만한 멋진 싸움 장면이 있었느냐..
잔인한 장면은 몇 개 있었지만 영상미가 돋보이는 현란한 격투 장면이나 치밀하게 계산 된 합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그냥 보기엔 많은 인원들이 뒤섞여 싸움을 벌이는 현실적인 격투장면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엉성하게 주먹과 칼이 오가고 때리지도 않았는데 쓰러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특히 신세계 하면 떠오를 수도 있을만큼 멎진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던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황정민의 1:6 격투장면을 그렇게 엉성하게 만들어 놓다니..
찔리지도 않고 몸부림치는 깡패와 그냥 허공에 휘둘러 대는 칼들 그리고 위에서 그냥 이리저리 흔들어대는 카메라.. 이 엘리베이터 장면에서 정교한 합으로 긴장감을 조성하고 슬로우모션으로 피튀기는 장면을 멋지게 보여주면서 황정민 역할의 진 면모를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신세계'는 그냥 듣기 거북한 욕설이 난무하는 깡패영화 정도 였다. 영화의 핵심 설정으로 기대감이 높았던 경찰 스파이라는 점은 부각되지 못하고 욕설과 피만 뿌려놓고 끝나 버렸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1)
개인평점 

개인적으로 두 영화중에서 범죄와의 전쟁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유는 한국의 특징인 혈연관계와 조직 이야기를 잘 섞어 놨다는 점도 있지만, 주변의 힘을 이용해 먹는 비열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깡패 영화 보단 음모가 숨어있는 정치이야기 같은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최민식으로, 비열한 비리 공무원의 모습에서 혈연관계의 깡패에 빌붙어 자신도 깡패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진 거만한 모습 그리고 비굴한 모습 등 희노애락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에 모두 최민식이 출연하고 있다보니 몰입하는데 약간 방해가 되는 면도 있지만, '신세계'의 기능적인 형사 역할과는 차원이 다른 다양한 연기를 '범죄와의 전쟁'에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데 큰 지장은 없다.

최익현(최민식)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비열한 인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은 없지만 권력의 흐름을 알고 여기저기 붙어서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해 먹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혈연관계를 이용해 깡패와 손을 잡으면서 점차 권력을 키워가는 이야기와 몰락하는 이야기 그리고 반전을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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