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2013

먹거리 X파일의 착한식당 죽이기? 의도가 모호해진 착한식당 지정




 이영돈 PD를 처음 알게 된게 KBS 소비자 고발에서 진행하는걸 보면서 부터 인것 같은데,
검색해보니 추적60분, 생노병사의 비밀,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다큐 프로그램에서는 상당히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PD다. 어쩐지 포스가..
 소비자 고발 이후 동아일보의 종편채널 채널A에서 이영돈의 먹거리X파일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걸 보고 이영돈 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와 고발프로 내용중에서도 가장 재밌다는 먹거리라는 소재 때문에 가끔 챙겨 보고 있는데, 요즘 이 프로그램에서 지정하는 착한 식당이라는것이 정말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프로그램의 흥행을 위한것인지 살짝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한 식당 = 대박 그리고 점점 커지는 프로그램의 영향력
 착한식당으로 지정되면 손님이 몰려들고 매출이 증가하는.. 착한식당은 곧 대박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고 할 정도로 그 효과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맛집 프로그램에 비하면 까다로운 검증을 거치는 것 같긴하지만,  그렇다고 정식검증기관도 아닌 TV프로그램에서 자체적으로 내세운 주관적인 조건들을 이용한 검증을 통해 지정된 착한 식당일 뿐이다. 하지만 여기엔 이영돈PD 라는 이름이 가지는 신뢰와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조미료와 유기농이라는 조건이 더해져, 마치 식약청 같은 공인 기관에서 지정한 것 같이 큰 영향력을 지닌것 처럼 느껴지곤 한다.
고발 프로는 아니고 기존 맛집 프로에 고발 프로그램의 신뢰를 얹은 업그레이드 된 맛집 프로그램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문제는 바로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문화를 알리려는 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식당들이 이 프로에 의존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당장 방송에 나온 착한식당을 따라서 인공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는 식당을 개업했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지금과 같이 방송에 종속되어 흥행 소재로 이용 될 뿐 어떤 시스템적인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라면, 개업한 식당은 다른 착한식당들이 방송에 나오기전 장사가 안되서 고전하던 것과 비슷한 상태로 유지될테고, 착한식당으로 지정되서 대박이 나거나 아니면 손님이 없어서 문을 닫게 되는 두가지 길 밖에 없을것 같다. 방송에 나오기전 착한식당에 손님이 없던 이유는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맛이 조미료를 사용하는 식당에 비해 없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을 타지 못하는 한 자체적으로 궤도권에 오르기도 쉽지는 않을것 같다.


 인공조미료를 안 넣는지,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는지 소비자 개개인이 판단 하기 힘들고 그 역할을 이 프로가 해주면서 일종의 검증기관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검증을 원하는 모든 식당이 검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한 회에 한개의 착한식당을 지정하는것으로는 바람직한 음식문화를 유도한다기 보단 고발 프로의 신뢰를 이용한 식당과 프로그램 홍보에 가까운거라고 볼 수도 있을것 같은데..


한식당 지정은 우리가 알고있는 좋은식당에겐 사망선고?
종종 들러서 입맛을 다시곤 하는 유치찬란님의 블로그에서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바껴버린, 먹거리X파일 착한 커피 - 카페 리브레 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입소문으로 아는 사람들은 알고 즐겼던 커피집이 방송에 소개 된 후 길게 늘어선 손님들 때문에 더이상 이전에 느꼈던 서비스나 품질이 아니었다는 내용인데,
좋은재료를 사용하면서 조미료 맛을 따라가지 못해 손님이 없던 식당과 다르게 커피전문점 같이 재료의 제한이 적고 바리스타에 의해 맛이 결정되는 경우는 식당과는 상황이 또 다른 것 같다. 어느정도 장사도 되고 손님의 만족도도 높았던 곳이 착한가계로 지정되면서 오히려 평범한 커피전문전점으로 전락해 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는것 같다.

음식점은 공장과 같이 손님이 늘어난다고해서 생산라인만 늘리면 되는 그런곳이 아니다.
착한식당들이 음식에 대한 원칙과 고집을 유지 할 수 있었던건 어떻게 보면 손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는것도  한 몫을 했을수도 다.
그렇게 유지해오던 가계에 갑자기 손님이 폭발적으로 늘어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기존의 서비스 질과 음식 맛을 유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준비된 곳은 별로 없을테고 (프랜차이즈라면 모를까..), 이전과 같은 시간을 음식과 손님에게 투자 할 수 없게 되는건 바로 소비자의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그래서 먹거리X파일의 게시판에는 착한식당을 방문하고 음식과 서비스에 불만의 글이 넘쳐나는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식당 입장에선 복권에 당첨된 것 같은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겠지만 오히려 이것이 좋은식당을 평범하게 만드는 일종의 사망선고라고 보는건 너무 과장된걸까..

 어떤 문제를 고발하는건 방송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이워 질 수 있는 법적인 장치나 공공기관들이 있기 때문에, 한번의 고발 만으로도 지속적인 개선 효과를 기대 할 수 있다.
 하지만 착한식당 지정과 같이 좋다는걸 검증을 통해 지정한다는 건 그걸 대신 해줄 수 있는 법적인 제도나 기관이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유지 관리의 책임이 따르는 꽤나 번거로운 일일 것이고 착한식당에 대한 이런 책임이 이영돈의 먹거리X파일에 있다고 본다.
만약 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착한식당만 지정하는건 그냥 홍보를 목적으로 맛집 프로와 다를바가 없고, 프로그램의 흥행에 이용했다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을거다.
 만약 착한식당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사후 지원의 책임을 먹거리X파일에서 지지않는다면, 나중엔 문닫는 착한식당들의 원성을 듣게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를일이다.

과연 착한식당은 이영돈의 먹거리X파일에 약이될까 독이될까?
현재까지는 약이 된 것 같지만 점점 독으로 변하고 있는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앞으로도 착한식당 지정을 계속 하겠지만, 지금이라도 처음 의도처럼 음식에 대해 좋은 고집을 가지고 있는 식당 주인들이 더 장사가 잘되고, 그로인해 소비자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오랫동안 유지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사후 관리와 누구나 원하면 검증 받을 수 있는 균등한 기회가 있는 검증시스템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긴 말이 쉽지.. 옷이나 물건도 아니고 한방에 훅 갈수도 있는 관리가 까다로운 음식에 관련된, 그것도 좋은재료와 위생까지 겸비한 최상의 브랜드를 유지 관리 한다는게 가능은 할지 생각만해도 쉬운일이 아닐 것 같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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