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개인 평점은..
광해.. 익숙한 왕자와 거지 이야기를 이용했지만 식상하지 않게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주가 되는 이야기가 신선하거나 흥미로운것도 그렇다고 대단한 반전이 있는것도 아니지만, 한편의 재밌는 드라마처럼 가벼운 에피소드들로 뭉쳐있는 그런 느낌이다.
왕과 광대가 첫 만남 이후로는 부딪치는 부분이 없어서 1인 2역의 재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체, 광대가 왕의 행세를 하면서 겪게되는 에피소드들로만 포장되버린것 같은 느낌이나,
광대와 허균의 관계외에 중전이나 도부장과의 연결고리가 빈약한 느낌이었고, 특히 중전은 두 왕의 사랑을 받는 나름 중요한 역할이었지만 그런점이 충분히 나타나지 못하고 존재감이 너무 작아져 버린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재탕이고 또 누군가가 볼 때는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해석되기도 하지만, 내가 볼때 광해는 기존의 이야기를 이용해서 현재의 감성에 맞는 에피소드 채워놓은 가볍게 보고 웃을 수 있게 잘 만들어 놓은 마치 리메이크 영화 같다. 무게있는 주제나 아름다운 로맨스를 기대하기엔 맛베기 정도만 들어있는..
광해군 8년. 광해(이병헌)는 자신을 시해하려는 세력들로 부터 목숨에 위협을 느끼며 극도의 불안에 떨며 지내고 있던 중, 신하 허균(류승룡)에게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찾아오라고 명하고, 허균은 기방에서 광대짓을 하는 하선(이병헌)을 찾아서 왕에게 데려온다. 몇일에 한번 왕이 밤에 외출 할 때만 잠시 대역을 서면서 보수를 챙기던 광대.. 그러던 중 왕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는 일이 발생하고 허균은 혼란을 막기 위해 이 사실을 숨긴채 왕의 건강이 회복 될 때까지 광대에게 진짜 왕 행세를 하게 시키는데..
광해 역의 이병헌
왕과 광대의 1인 2역을 하면서 특유의 부드러움과 코믹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처음 왕과 광대가 만나서 광대가 왕의 흉내를 내는 장면을 제외하면 둘이 만나지 않아서 왕과 광대의 모습을 비교 할 수 없어서 1인 2역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정통 사극이었다면 이병헌의 목소리나 외모로는 약간 버거웠을 것 같지만, 영화가 좀 퓨전사극 같은 분위기이다보니 이병헌이 오히려 역할을 살리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다.
허균 역의 류승룡
류승룡은 맡은 역할에 따라 분위기 전환이 잘되는 배우같다.
보통은 배우의 말투나 목소리 톤이 같다보니 배역이 달라져도 그 역할이 그 역할 같은 경우가 많은데, 류승룡은 그런 면에서 맡은 역할에 따라 달라보이는 얼굴과 말투를 가졌다고나 할까..
얼굴이 특출난곳 없이 평범해서 잘 기억에 안남아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다시봐도 참 재밌다.
중전 역의 한효주
주연이라고 하기엔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았던 것 같은데,
왕의 행세를 하는 광대와 뭔가 연결되는 일들이 있었지만 기억에 남거나 하는 이야기 흐름에서 그리 중요한 역할은 없었던것 같다. 그나마 존재감이 있던 부분을 찾으라면 오라버니가 역적으로 몰렸을때 왕을 찾아온 정도..
시원하게 웃는 장면이라도 한번 나왔으면..
중간에 광대에게 끌리는 부분에서 확실한 러브라인이 부각됐으면 좋았을것 같은데 너무 절제된 모습만 보여주다보니 영화의 배경 같은 존재가 되버리지 않았나 싶다.
왕과 광대가 좀 더 자주 부딪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서로의 생각에 영향을 주는 식으로 진행됐어도 재밌었을것 같다. 아니면 해품달의 왕과 무녀처럼 애초에 둘이 이어져있는 설정으로, 알고보니 둘이 쌍둥이 형제 였고 과거 왕권때문에 밖으로 도피시켰던 동생이었다던가..
재밌게 보긴 했지만 이미 익숙한 설정에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또한 어딘가 낯익은 부분이 많아서 단순하고 변변한 반전 없이 무난하게 흘러가는 부분은 아쉬운게 사실이다.
광해에서 영상을 보는 재미와 이병헌의 원맨쇼 같은 에피소드들을 빼면 남는게 없을만큼 주변 인물들과 어우러진 이야기는 잘 살려내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주변 인물들이 어떤 사건의 발단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살아있는 인물이라기 보단 후반 사건 발단을 위해 앞에서 제 위치에 딱딱 제공되는 느낌이랄까..
사월이만 해도 광대와 많은 이야기를 앞에서 보여주면서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사월이의 죽음으로 이병헌이 상당히 슬퍼하는 장면을 만들어 냈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슬프거나 울컥하는 감정을 같이 느낄 수는 없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시대가 다르다 보니 사월이의 상황이 와닿지 못했거나 배우들이 역할을 잘 살려내지 못한것 일 수도 있겠지만..
도부장 역시 앞에 사건을 하나 제공하고 후반에 광대를 위해 목숨을 바치지만, 왜 저런 행동까지 하는지 이해하기엔 다소 부족해 보였다.
그나마 조내관이 조용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묻어있는 인물이었지만 대부분의 설정이 다른 퓨전사극 드라마의 내관에서 따온것 같은 모습이다.
이런 저런 아쉬움을 길게 늘어놨지만..
광해는 남녀노소 모두가 쉽고 재밌게 볼 수 있게 가볍게 잘 만든 영화인것 같다. 사극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어린이 영화 같이 온가족 함께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수준을 낮춰서 쉽고 편하게 볼 수있게 만들어 놨다.
사극이나 시대의 비밀을 기대한다면 다소 시시 할 수도 있지만, 보면서 생각없이 웃고 즐기는 정도는 충분히 만족 시키는 영화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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