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오천, 새재, 낙동강 자전거길을 거쳐 도착한 부산에서 바로 돌아오기는 뭔가 아쉽기도하고 몇일간 자전거만 타면서 지친 몸도 좀 뉘일겸 부산에서 몇일간 머물기로하고 쉴만한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은 춥고 배고파서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에서 다시 다리건너 나오면 있는 동아대 쪽을 둘러보다가 돈가스 집이 보이길래 입장 그리고 흡입.
카츠마루라는 곳이었는데 적당히 잘 튀겨져서 맛은 있던데 일반 돈가스가 6900원이면 대학가 치고는 약간 비싼 느낌? 광주에 있는 대학가 식당들이 싼건가..
대형 스크린에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았던 돈가스집, 동아대 앞길은 넓진 않았지만 대학가 답게 특이하고 개성넘치는 식당이나 술집들도 몇몇 보인다.
돈가스집 주인과 배달원이 자전거로 여행하냐고 물어보길래 군산에서 자전거길 타고 왔다니까 신기하다며 이것저것 물어보며 한참 수다를.. 몇키로나 달렸냐 잠은 어디서 자냐 밤에 무섭지 않냐는 등등등
그러다가 여기서 가까운 다대포 해수욕장은 텐트치고 잘 만 하냐고 물어보니 지저분하고 치안도 불안해서 차라리 송도 해수욕장으로 가는게 나을거라고 얘기하다가, 그러고보니 작년인가 다대포 해수욕장이 공사하면서 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좋아졌다고 하던데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으나 다대포 해수욕장도 괜찮을 거라고 한다.
하긴 외지사람들이나 해수욕장이나 관광지를 가보고 싶어하지 바로 옆에사는 사람들한테는 그저그런 동네의 일부분 일테니..
아무튼 그렇게 돈가스로 배를 채우고 송도까지 가기는 멀어서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가기로하고 가는길에 작은 카페에서 뜨거운 코코아 한잔과 인터넷 잠깐.
토스피아? 테이블 4개정도 있는 작은 프랜차이즈 카페였는데 무슨 동네 아줌마 둘이서 큰소리로 한참을 싸운다.
전기 콘센트도 없어서 카운터에 충전기를 꼽아달라고 해야하고 이래서 좀 비싸더라도 카페는 큰 곳을 가야하는 건가..
다대포 해수욕장
어린시절 한번 왔었던 것도 같고 그건 해운대 였나?..
어쨌든 밤늦게 외곽쪽 도로를 타고 도착한 다대포 해수욕장 앞에는 지하철 공사를 하는지 도로쪽은 한창 공사중이었고, 안으로 들어서니 깔끔한 도심속의 공원 같은 모습이다. 10월달 이다보니 여행객은 없고 대부분 주변에서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이 왔다갔다하는 나름 분주한 공원이다.
돈가스집에서 말한대로 분수대와 공원이 규모도 어느정도 있고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고 화장실과 식수대, 샤워장(비수기라 닫음)도 있어서 주변환경은 좋은편이다.
공원 쪽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텐트를 치기는 좀 그렇고 공원을 넘어가면 나오는 해안가 쪽에 텐트를 칠 수 있게 모래막이 같은게 설치되어 있길래 달빛에 의지해 텐트를 치고나서 주변 편의점에서 먹을것들을 왕창 구입해서 텐트에 싸아놓고 일단 잠을 청했으나, 왠 애들이 바닷가에 몰려와서는 새벽 3시까지 폭죽을 터뜨리면서 시끄럽게 노는바람에 단잠의 꿈은 저멀리..
어제는 밤이라 몰랐는데 다음날 일어나서 텐트 밖으로 나와보니 푸른하늘과 넓은 백사장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이게 얼마만에 와보는 해수욕장인지 정말 가슴이 뻥~뚫리는것 같은 풍경에 잠시 감탄.. 그리고 배고픔
이날 다대포 해수욕장에 4개의 텐트가 있었는데, 바로 뒤에 녹색텐트는 집이 근처인 초딩 2명이 놀러왔고, 멀리 보이는 텐트 2개는 외국인 여자 4명이 밤에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불꽃놀이를 즐기더라는..
텐트에 드러누워서 문으로 보이는 해변가 하늘은 참 아름다웠으나, 텐트에 그늘막이가 없어서 내리쬐는 햇볕에 텐트 안은 찜통..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어제밤에 사온것들을 열심히 까먹으면서 낮까지 뒹굴뒹굴.. 바람도 제법 불고 모래도 많이 날렸지만 이 모기장으로 만들어 놓은 바람막이 구조물 덕에 나름 안락하게 보낸듯.
이렇게 끝없이 펼쳐지는 백사장과 바닷물 그리고 하늘.. 여기에 비하면 자전거 종주하면서 텐트 쳤던 강변의 풍경은 약간 초라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다대포 해수욕장의 백사장 모래는 자연적인지 어디서 퍼다 깔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가늘고 고운편이라 맨발로 딛으면 전해지는 그 부드러운 느낌도 괜찮은 편이다.
바람에 날려서 사막처럼 모래결이 나있는 백사장..
다대포 해수욕장 백사장도 꽤 크구나..
한가롭게 드러누워 있으니 이렇게 편할수가 없다. 몇일동안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몇 키로는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땀 뻘뻘 흘리며 페달 밟는게 전부였는데 이렇게 아침부터 꼼짝안하고 드러누워서 그저 먹고 있으니 여기가 천국..
마음같아선 한 이틀정도 다대포에서 뒹굴다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낮이 되자 햇볕이 강해지면서 덥기도하고 어제 돈가스집에서 다대포 보다 나을거라던 송도 해수욕장은 어떨지 궁금하기도해서 송도 해수욕장을 가보기로 결정.
점심을 챙겨먹고 슬금슬금 텐트를 접고나서 자전거를 타고 한시간쯤 이동하다보니 이건 대낮의 햇살도 장난이 아니고 뭉친 허벅지도 아프고 지도를 살펴보던 스마트폰 배터리와 보조배터리도 주인과 같이 방전..
마침 앤젤리너스가 보이길래 커피한잔 마시고 충전하면서 한시간 가량 테이블에 널부러져서 취침..
자전거에 왠 커다란 배낭을 실고 까맣게 탄 얼굴에 땀에 쩔은 티셔츠와 칠부바지를 입고는 커피한잔 시키고 테이블에서 자고 있었으니 아마 종업원은 노숙자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송도 해수욕장을 가는길이 이렇게 산을 넘는 언덕이라는걸 알았더라면 그냥 다대포 백사장에 얌전히 널부러져 있었을텐데,
가파른 언덕이 이어지는 길을 땡볓 아래서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다시는 부산 사하구로 자전거를 끌고오지 않겠다고 다짐다짐다짐..후회후회후회..
부산 곳곳에 산동네처럼 언덕을 타고 집들이 늘어서 있다는건 지난 부산여행에서 느꼈었지만, 이런 언덕을 자전거를 타고 다녀보니 이건 정말 후..
오르락 내리락 오르락 내리락 이런 언덕에 있는 자전거길을 달리는 사람도 누군가는 있겠지..
그런데 저기 보이는 주택가 가파른 골목길을 자전거 타고 다니는건 정말 불가능 할 것 같다.
송도 해수욕장
막판 천마산의 가파른 언덕을 기어오르면서 정말 쓰러질 것 같았는데 다행히 살아서 송도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다대포 해수욕장이 약간 주택가에 있는 공원 같은 느낌이라면, 송도 해수욕장은 백사장에 바로 맞붙어 있는 도로가에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서 관광지 같은 느낌으로 바다도 구경하고 먹고 즐기기엔 다대포보다 송도가 나아보이긴 한다.
다대포랑은 다르게 송도에는 관광객들 모습도 많이 보이고 길거리 커피숍에도 손님들이 바글바글..
저기 보이는 아파트에 살면 아침마다 일출의 장관을 볼 수 있을텐데, 부산은 해운대도 그렇고 오륙도, 송도 등 이런곳이 들어서 있는 아파트가 많은듯.
너도나도 사진을 찍고 있는 이곳은 포토존.
10월달인데 아직도 햇살은 뜨겁다..
해변 도로를 따라 끝까지 걷다보면 위쪽으로 길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길이 허무하게 끝!
내내 앞서 걸어가던 전형적인 여행자 차림의 여자도 약간 허무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되돌아 가더라는.
송도 해수욕장은 구경하고 먹고 즐기기에는 좋은것 같은데, 워낙 뻥 뚫려있는데다 밤까지 사람들도 많이 왔다갔다하다보니 이런 비수기에는 백사장도 그렇고 텐트를 칠만한 곳을 찾기가 힘들다.
주변에 이동식 카페를 운영하는 상인에게 물어보니 저기 위쪽 암남공원에는 캠핑 할만한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해서 올라가보는데 여기서부터 다시 고난의 시작..
아 진짜 송도 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을 가는 길은 언덕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더라..
언덕길 주변으로는 경치좋은 고급 횟집들이 늘어서 있는데 사람들로 북적이고, 암남공원으로 구경가는 자동차들도 꽤 올라가고, 걸어서 다녀오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해안가를 따라 암남공원 주변을 걷는 올레길 같은 것도 있는듯.
암남공원 주차장
헉헉.. 그냥 자전거를 세워놓고 버스를 타고 왔어야 했는데, 거의 이화령 만큼이나 힘들었던 암남공원 가는 길은 절대 잊지 않겠..
암남공원에 낚시 포인트도 있길래 텐트를 칠만한 곳도 있겠거니하고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보이는 경고문에는 공원내 야영,취사 금지..
거기다가 암남공원 입구부터는 자전거로는 올라가기 힘든 계단과 돌길이 이어진다.
이런 젝일 정말 취사하군..
텐트 한번 쳐보겠다고 송도 해수욕장 부터 암남공원까지 샅샅이 뒤졌으나 결국 텐트 칠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실패.
암남공원으로 올라 갈 때는 그렇게 힘들더니 내려오는 길은 초고속 급경사 다운힐이 이어지는데, 밤이라 자칫 넘어지면 그냥 골로 갈 것 같아서 조심조심 내려왔다.
송도 해수욕장 근처로 다시 돌아와서 캠핑은 포기하고 주변 모텔에서 묵기로하고 가격을 알아보기 시작,
그래도 관광지라서 방값이 좀 비싸지 않을까 했는데, 비수기라 그런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방도 3.5~4.5만원 정도로 일반 도심의 모텔 가격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
고층에 있는 전망좋은 모텔방이 살짝 땡겼으나 둘러보던 중 발견한 팝콘 게스트하우스, 이런 곳에도 게스트하우스가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사장님 말로는 원래 여관이던 건물을 개조해서 게스트하우스로 문을 연지는 얼마 안됐다고 한다.
도미토리가 2.5만 이었는데 2만원으로 깍아줘서 하룻밤 묵기로 결정.
일단 건물위치가 송도 해수욕장 중앙쪽에 있어서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송도 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건물도 깔끔하고 3층이던가 규모도 게스트 하우스 치고는 꽤 큰 편이다.
* 글을 쓰면서 다시 팝콘 게스트하우스(팝콘 호스텔) 홈페이를 살펴보니 체인이 깨졌는지 해운대,부산역,남포동 지점만 나와있고 송도비치점하고 통영점은 사라졌다?..
전에 몇번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들은 방이 춥거나 욕실이 부실해서 그냥 싼맛에 이용했었는데, 이곳 팝콘 게스트하우스 송도비치점은 방도 따듯하고 욕실도 깔끔해서 시설면에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저녁은 같은방에 묵게 된 여행객하고 같이 먹었는데, 다대포에서 쌓아뒀던 식재료를 털어서 저녁을 해결하고 술도 한잔하고.. 서글서글한 인상에 돈 떨어질 때까지 부산을 돌아다닐려고 왔는데 어쩌다보니 몇일간 산만타고 있다며 이런저런 여행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사장님이 사오신 막걸리까지 마시고나서 알딸딸한 상태로 뻗음.
다음날 아침 집에 가기위해 부산 서부 버스터미널까지 가는데, 사하구 정도는 아니었지만 역시나 몇개의 언덕을 넘어야하는 만만치 않은 코스.
부산 해안가 쪽이면 모를까 내륙쪽은 자전거 타고 다니기엔 정말 강력하게 비추 한다..
부산 서부 버스터미널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버스를 기다리며 햄버거를 흡입..
섬진강 휴게소
섬진강 자전거길, 자전거 타기에 길도 무난했고 풍경도 괜찮았는데 내년에 날씨 좋을때 한번 다시 가볼까..
광주로 돌아옴.. 흑흑
교훈, 집 떠나면 고생이다.
결론
다대포 해수욕장, 근처에 식당이나 편의점도 있고 공원이 잘 조성되서 주변 환경도 깨끗하고 식수대와 화장실까지 있어서 캠핑하기에는 좋은 환경이다.
다만 텐트를 치는 해안가에서 편의시설이나 상점까지 거리가 좀 있다는게 단점.
송도 해수욕장, 보고 먹고 즐기기에 좋고 주변에 상점이나 모텔도 많은 편이다. 밤까지 사람들 왕래가 많아서 딱히 텐트를 칠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대포, 송도 부분 28:35초 바로보기 http://youtu.be/tvHSGg8gRtY?t=28m3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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