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2016

서울 관광객모드로 돌아보기.. 1일째






걷기
2016. 2. 28. 3:51 PM
소요 시간 4h 15m 55s , 거리 9.2 km
종로쪽에 고궁이 많은데 지극히 평범하고 심심한 광경이지만, 해설을 듣는다던가 외국 관광객들 속에 묻혀서 왔다갔다 하다보면 여유롭게 즐길수도 있다.
-작성자 badaro2001, 출처 램블러
아직 날이 풀리려면 한두달은 더 있어야겠지만 간간히 풀린 봄 같은 날씨에 어디 바람 쐴곳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서울을 떠올렸다.
지난 자전거 국토종주이후로 1년이 조금 지났으니 주변 지인들도 만나고 서울을 관광객처럼 돌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었는데, 한때는 서울에 살기도 했고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올라가는 곳이라 가볼만한 곳은 왠만큼 가봤다고 생각되는 서울을 막상 관광객모드로 돌아보려니 어디부터 가봐야할지 막막..

그렇다고 기존처럼 서울에 올라가서 시내나 돌아다니며 먹을거나 사먹는 평범한 일상으로 보내기는 왠지 아쉽고.. 이미 익숙한 곳이지만 낯선 여행자의 시선으로 서울을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 관광하기, 관광지, 가볼만한 곳으로 검색하기 시작.. 일단 검색되는 자료가 너무 많아서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visitseoul.net 에서 가이드북 자료를 다운받아 살펴보기로 했다.
만약 외국의 낯선 도시로 처음 여행을 갔다고해도 우선은 그 지역에서 제공되는 공식 가이드북을 보면서 여행계획을 짤테니.. 대부분 관광안내서 라는게 인터넷의 여행정보처럼 개인의 경험을 세세하게 알려주기 보다는 약간 과장된 내용에 지역 광고 같은 느낌이 드는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도시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을 잡는다던가 대략적인 이동경로를 짜는데는 단순한 관광안내서가 오히려 좋은점도 있다.

서울..

생활하는 도시로서의 서울은 먹고,마시고,노는 일상생활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지만, 관광객의 입장에서 보는 서울은 유흥보다는 문화유산과 다양한 풍경을 즐길수 있는 도시인 것 같다. 하긴 해외여행을 가도 그 나라의 실생활 보다는 유적지 같은 관광지 위주로 구경하는것과 같다고도 볼수 있을것 같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지나다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별것도 아닌 그저그런 광화문을 보려고 먼 나라에서 비행기를 타고와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는 관광객의 모습이 이해가 안되기 마련인데..
여행이라는게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이나 시간의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변의 관광지들도 해외의 낯선 곳처럼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 안에 또 다른 맛이 있고 재미를 발견 할수 있는..
그래도 해외여행만은 못할것 같지만 ㅋ
경복궁 어딘가..
어릴적 소풍으로 와봤던 아련한 기억만 남아있는 경복궁..

평소 같으면 이런데 뭐 볼게 있겠냐며 입장료(3천원)로 맛난거나 사먹는게 낫다고 생각 했을지도 모르는데, 관광객 입장에서 어디서부터 시작할까를 고민하다보니 서울의 중심에 위치해있는 광화문부터 시작하는게 낫다고 생각했고 이왕 관광객 모드로 돌아보는거 다른 해외 관광객들처럼 경복궁도 둘러보자는 생각에 입장료를 내고 입장~ 갑자기 꾸물대던 하늘에서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향원정, 명성황후조난지 앞 호수
오후들어 갑자기 쌀살해진 날씨에 떨고, 쏟아지는 눈발을 우산으로 막으면서 사진을 찍느라 고생고생.. 아마 날씨가 좋았다면 평범한 풍경사진이었을텐데 오히려 악천후 덕분에 요런 멋진 사진도 건질수 있었으니 나름 만족..
눈이 렌즈에 달라붙긴 했지만 그래도 멋진 사진이라고 생각 ㅋ
갑자기 내린 눈발이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눈꽃이 된 광경을 구경하면서 사진에 담느라 정작 경복궁 구경은 뒷전..
눈꽃속에 파뭍힌듯이 호수 가운데 떠있는 정자가 얼마나 운치 있던지 호수 주변을 두세번이나 돌면서 찰칵찰칵..
찰칵찰칵..
서울 관광의 첫번째 코스를 광화문으로 정하지 않았다면..
갑자기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만약 우산을 챙겨가지 않았다면..
몇달전 지름신덕에 DSLR을 구입하지 않았다면..
스마트폰으로 이런 사진을 찍을수는 없었겠지..운좋은날 ㅎ
어릴적 몇번 와봤을 뿐이면서 경복궁을 안다고 생각하며 식상해 했는데 막상 안에 들어와보니 웅장하면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낯설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관광객 시선이라 그런가.. 관광객 모드가 점점 재밌어 지려고 한다..
쌀쌀한 맑은 날씨에 갑자기 쏟아진 합박눈이 만나면서 피어오른 눈꽃, 좀 과장해서 이렇게 이쁜 눈꽃을 본적이 있었나?
거대한 느티나무와 정자를 멋있게 담아 볼수 있을것 같았는데... 광곽렌즈가 필요하다 ㅋ
무슨 행사는 아닌것 같고 단체로 한복을 차려입고 고궁 곳곳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학생들이 보인다.
외국인들도 한복 입은게 신기한지 같이 사진도 찍던데, 갑자기 쏟아진 눈발에 우산도 없이 이리저리 이동하는 모습이 상당히 추워 보였던..
건물 안에는 들어갈수가 없다보니 경복궁 관광은 구경 보다는 가볍게 산책한다는 기분으로 고궁 구석구석을 걸어보는걸 즐긴다는게 맞을것 같다.
눈을 피해 처마 밑으로 모여있는 사람들 속에 커플 한복을 입은 학생들.. 스마트폰으로 셀카 찍는 모습이 만만치 않아 보여서 몇장 찍어줄까 했는데, 갑작스런 눈발에 떠느라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나중에 나오는길에는 여유가 생겨서 학생이나 관광객들 셀카 찍는거 몇번 도와줌..
중국인,일본인,미국인,독일인 관광객들이 참 많다.
그들이 보기엔 이색적인 건물에 갑작스런 눈발까지 겹쳐서 좋은 추억이 되지 않았을까..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
하루에 3번 있다던데 이날은 날씨가 궂어서인지 그냥 급하게 들어가버린다. 사실 교대식을 한다고해도 구경할 맘은 별로 없었지만..

여기 수문장들도 알바라던데 이 추운 날씨에 웃지도 못하고 가만히 몇시간씩 서있으며 힘들걸 생각하니 내 마음이 다 짠해진다..
광화문
위치 기록이 뒤죽박죽이라 광화문 사진이 중간에 끼어버렸다.
광화문에 막 도착했을때만해도 날씨가 약간 흐린정도라서 주변 종로나 인사동까지 둘러봐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눈오는 경복궁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날 주변까지 둘러보지는 못했다.
바바리코트에 중절모를 쓰고 돌담길을 걸어가는 아저씨..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여기도 눈꽃이 만발한 멋진 나무가 있네.. 미술관 안에는 기념품 파는곳도 있고 식당도 있는것 같던데 뭐 살것도 아니라서 간단히 둘러보며 몸만 좀 녹이고 나와서 가던길을..
세종대왕 동상
아 이게 바로 뉴스에서 종종 보던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주변에 경찰들이 깔려있어서 괜히 위축되는 느낌이다.
이곳에서 여전히 세월호는 진행중이다..
이런 역사의 현장을 언제든지 방문하고 때론 참여하면서 몸으로 느낄수 있다는게 서울에서 누릴수 있는 특혜가 아닐까..
버스타면 언제든 갈수있는 미술관에서 수시로 전시회가 열리고,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며 경험과 생각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곳..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하는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도 한번 들러봤다. 저녁이라 사람은 없고 경찰만 보였지만 추운날에도 여전히 소녀상을 지키는 학생들이 바로 옆에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광화문 야경
광화문에서 시작해 경복궁, 미술관 거리를 지나 광화문광장, 일본대사관을 돌다보니 어느새 저녁이다.
7시 30분에 출발하는 서울시티투어버스 야경코스(동절기는 1층버스만 운행)를 타기위해 광화문쪽으로해서 내려가려는데 은은하게 조명이 켜진 광화문의 야경이 눈에 들어온다.
귀찮다고 삼각대를 안챙겨와서 벤치에 걸쳐놓고 장시간 노출로 촬영했는데 흔들리지 않은 사진을 얻으려고 여러장을 찍어야 했다. 삼각대는 무겁지만 꼭 필요한것..
눈이 녹으면서 촉촉해진 바닥에 불빛이 은은하게 반사되서 그런지 낮보다 밤이 훨씬더 분위기 있는 모습을 연출한다.
이순신 장군 동상
이순신 장군 동상때문인지 주변을 둘러싼 빌딩들이 거대한 배처럼 느껴져 바다에 있는것 같은 촉촉한 야경..
어설픈 첫날의 서울관광을 마치며..
정해진 일정을 따라 많은것을 구경하는 관광도 좋지만, 발길 닿는대로 구경하는 이런 무계획적인 관광도 여유롭게 즐길수있어 나름 좋았던것 같기는 하다. 다만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니 다리가 좀 아프고 정해놓은 식당이 없어 먹을걸 제대로 먹지 못해서 살짝 힘들긴 했지만..

사실 반나절이면 광화문 주변의 문화재나 관광지 정도는 구경 할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느긋하게 광화문으로 온거 였는데, 눈내리는 경복궁의 경치가 그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마무리는 서울시티투어 야간버스로 하려고했는데 정류장을 착각하는 바람에 간발의 차이로 놓쳐 버려서 오늘 여행은 여기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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