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2/2022

비오는 날 버려진 선풍기, 알고보니 무려 DC모터.. 3천원 써서 6만원짜리 선풍기 살리기




 이번엔 무려 BLDC(브러시리스) 선풍기를 주어왔다. 


 보통 버리는 선풍기들은 오래됐거나 저가형 중국산 선풍기들이 대부분이라 일반적인 가정용 선풍기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데.. 이번 선풍기는 무려 DC모터를 사용한 샤오미 같은 고급형 선풍기에 사용되는 저전력 저소음 세밀한 풍량 조절이 가능한 바로 그런 선풍기!

 물론 샤오미가 아닌게 좀 아쉽지만, 하긴 샤오미 정도의 만듬새 였다면 버릴일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집에서 3~4년째 사용중인 샤오미 선풍기는 금속과 고급 플라스틱 재질이라 여전히 변색이나 사용감도 없이 잘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튼 르젠이라는 곳이 선풍기, 서큘레이터 등 다양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나름 가성비 메이커이긴 한데, 약간 느낌이 유니맥스처럼 중국산 제품에 상표를 붙여서 파는것 같고, 뭐 샤오미 만큼의 가성비는 아니지만 신일이나 삼성에 비하면 고급 기능을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볼수 있는 나름 가성비가 괜찮은 편에 속하는 곳으로 대충 파악..

 이번에 주어 온 선풍기를 검색해보니 BLDC 모터를 사용한 6~7만원대 제품. 솔직히 나같으면 비슷한 가격에 샤오미 선풍기를 해외직구로 살것 같지만, 뭐 수리나 교환 같은 서비스를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무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니 몇만원 더 주더라도 국내 정식유통 제품을 구입하는게 나을수도 있을것 같긴 하다.



그런데 이 선풍기 동작이 아예 안된다.


 어쨋든 DC모터 고급형 선풍기를 주어와서 기분은 좋았지만, 이 선풍기 전원을 꼽아도 동작을 하지 않는다. 
비오는 날 주어와서 하부에 물이 좀 고여있고 모래가 들어가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내부에 부식의 흔적이 있는것도 아니고 쇼트가 난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버리기는 좀 아까워서 일단 뜯어보니 전원부에 문제가 있다. 
일반 선풍기들은 전원문제라고 해봤자 모터쪽에 작은 콘덴서 하나만 갈아주면 해결되는데, 이 선풍기는 디지털 방식이라 전원부에 뭐가 많아서 더 복잡하다.

 일단 전원부의 콘덴서들은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전원 기판 중간쯤 저항인지 타버린 흔적이  있고, 뭔가 이것저것 많은 부품들의 조합이라 내 능력으로 수리하기엔 역부족 같았는데, 살펴보니 전원부가 별게 없다. 
그냥 220V AC 를 받아서 24V DC로 내보내는 아주 단순한 역할.. 그렇다면 전원부를 들어내고 24V 어댑터를 연결하면 되겠네라는 생각에 집에 있던 24V 어댑터를 직결하니 그렇게 해결..

 그리고 르젠 서비스센터에 연락해서 혹시 전원부를 따로 구입할수 있는지 물어보려다가, 그간의 다른 전자제품에 대한 경험으로 봤을때, 어차피 부품은 따로 안팔고 서비스 비용만 몇만원을 부를것 같아서 그냥 알리에 검색..


 역시 알리엔 없는게 없다. 아니 가끔 없는것도 있긴한데 이런 전자제품들은 요즘 대부분 중국산이다보니 관련된 부품들은 웬만하면 다 있다.
 소형 변압기 같은건가, AC-DC 24V로 검색하니 비슷한 전원부들이 나온다.
출력에 따라 가격대가 나뉘는데 이 선풍기에 필요한 1.5A짜리는 3천원 정도, 배송이 몇 주 걸리겠지만 이정도 가격이면 나쁘지 않으니 주문..

 한달 후, 전원부 교체..

 주문한 전원부 부품이 도착하는데 3주정도 걸렸고, 어댑터를 연결해서 그럭저럭 잘 사용하고 있던 르젠 선풍기를 다시 뜯었다. 사실 전원부 교체라고 해봤자 이미 완제품 전원부에 입력 출력 전선만 납땜해주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라 별건 없다.
 역시나 별일없이 잘 된다. 직결했던 24V 어댑터가 0.6A던가 낮은 출력이라 풍량을 15단계 이상으로 하면 꺼지는 상태였는데 (어차피 10단계 정도면 풍량은 충분), 제대로 된 전원부를 교체하니 최고 24단계까지 정상 작동한다. 
선은 전에 소형가전함에 버러진 청소기에서 잘라놓은 5미터짜리 전선으로 넉넉하게 3미터 정도 연결해줬더니 아주 만족스럽다. 평소에도 선풍기 선들은 왜이리 짧은건지 불만이었는데 그렇다고 일일이 연장해서 늘리기도 귀찮고 그냥 청소기처럼 돌돌이로 한 3미터정도로 만들어주면 편할텐데 그게 어렵나.. 아니면 대부분 사용에 적합한 길이가 그정도 일수도 있을것 같기도 하다.

회전, 타이머, 모드 등 기능은 모두 정상이고, 집에 있던 리모컨으로 조작까지 되니 완벽하다. 3천원짜리 전원부로 6만원짜리 선풍기를 얻은 기분, 이 선풍기를 버린 사람이 이런 사실을 알면 좀 억울해하지 않을까.. 하긴 그런걸 알것 같은 사람이면 애초에 버리지 않고 서비스 센터로 보냈겠지만
 아무튼 약간 흠이라면 플라스틱 재질이나 만듬새가 좀 허접하다는거, 7엽 날개가 어째 환풍기 날개랑 비슷하다 했더니 6단 이상 넘어가면 바람소리가 좀 심하게 나는 편이라, 이게 애초에 선풍기 보다는 서큘레이터 개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살짝 들긴하던데, 

 그래도 DC모터 선풍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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