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015

여전히 군대를 미화시키는 프로그램을 보며 든 생각.. (다큐공감, 해군사관학교 신입 여생도 1년)



큐공감 '소녀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해군 사관학교 신입 여생도의 1년)을 보면서 젊음의 도전이 아름답다거나 저래야 젊은이라는 생각보다 먼저 드는건 참 군대라는곳은 안변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아직도 군대라는 특수성을 앞세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부당한 대우를 마치 군대의 병폐가 아니라 아름다운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는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까지 하다.


 특히 방송에 나오는 군대의 모습에서 요구되는 직각 보행, 직각 식사, 관물대 정리 같이 군대의 기능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개인의 소소한 생활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강요당하는게 군대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이유로 아직도 정당하게 생각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행동에서 생각이 만들어진다고쳐도 직각 보행이나 직각 식사 같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불가능한 요구에 이런저런 이유를 짜맞춰서 훈련생들을 다루는것을 어떤 논리로 정당화 할 수 있으며, 관물대에 화장품 줄이 흐트러져 있다거나 침구류에 각을 잡는것 같이 사소한 생활의 일부까지 통제하는게 과연 군대라는 직업과 무슨 관련이 있는건지..



 한명의 성인인 20대를 모아놓고 말도 안되는 이유를 붙여서 바보처럼 행동하게 만들고 길들이는게 군대의 목적은 아닐텐데 말이다.

 비록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 의무적으로 군대를 간다고는해도 엄연히 군대라는 곳도 일과시간이 정해져있는 직업의 개념으로 볼때, 이런식으로 공과사의 구분 없이 한 인간의 모든것을 통제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군대문화는 상당히 비정상적으로 보이고, 이런것이 군대의 특수성 보다는 그저 후임병을 길들이기 위해 만들어낸 병폐가 대물림되면서 고착화가 되어버린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대부분의 남자들은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회생활에 앞서 이런 비정상적인 군대문화를 거치면서 인간대 인간이 아니라 이런식으로 마치 노예를 길들이는 것과 같은 방법들을 먼저 습득하고 당연시하게 되면서 사회생활에서 아랫사람을 대하는 방법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런것들이 한국 사회에 만연하게 되는 악순환이 연속되는건 아닐지.



대라는 곳은 마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문만 열면 탈출 할 수 있는데도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짖눌려 그 상황을 벚어날수 없다고 포기하고 순응해 버리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군대라는 생소한 환경에 던져지면서부터 보이지 않는 집단의 힘에 압도되고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면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더라도 저항할 생각조차 하지못하고 자기 합리화를 시켜버리면서 버티게 된다는 점에서 묘하게 닮아있는것 같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군대내 폭력,폭행,학대 사건들을 보면서 여전히 폐쇄적이고 후진적인 문화를 가지고있는 한국의 군대라는 곳에 아직도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군대폭력이 학교폭력의 연장선상에 맞닿아 있는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데,
 학교폭력이나 군대폭력이나 벗어나기 힘든 한정된 공간안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어떤 상하구조에 의해 발생되고, 개인의 능력보다는 집단의 힘을 등에 업고서 폭력이 행해진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본다. 다만, 학교에서는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들이 불법서클과 같이 학교라는 집단의 인정을 받지 못하지만, 군대라는 곳은 집단에서 인정하는 계급체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게 차이점이라고나 할까..

 학교에서부터 맞닥드리게되는 권력의 모습은 개개인으로 보면 비슷비슷한 능력의 학생이지만 그들이 집단을 이루고 집단 행동을 하면서부터는 혼자일때보다 더 큰 힘을 얻게 되고 학생들 사이에 상하구조가 형성되고, 그렇게 집단의 힘을 등에 업은체 자신의 힘과 동일시되면서 집단에 소속되지 않은 다른 학생들을 상대적인 약자로 인식하고 학교폭력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학교생활부터 벌써 비정상적으로 비틀어진 권력의 힘에 지배당하고 그런 안좋은 단면만을 경험하다가 막상 군대에 가게되면 학교의 일진들만 누렸을법한 그런 권력이 시간순으로 주어지게 되는데, 기껏 학교에서 본 권력의 모습이란게 인간적인 관계 보다는 약자인 상대방은 마음대로 해도된다는 것이고 이런 잘못된 가치관을 가지고있는 상태에서 준비없이 받아든 권력은 마치 어린애가 무선조종 자동차를 다루듯이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후임병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되고, 그렇게 공과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군대의 계급내 권력의 사용은 되물림되면서 끝없이 이어지게 되는것 같다.
 물론 군대내의 모든 사람이 그런식으로 권력을 남용하는건 아니겠지만, 한국의 군대라는 곳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군대내의 계급을 공적인 용도와 사적인 용도로 구분하지 않고 마치 주인과 노예처럼 인식하고 있는건 아닐지..

 이렇게 학교생활부터 군대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베어버린 비틀어진 권력의 사용은 직장 생활의 상하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강압적인 상하구조를 만들어 버리고 있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적으로 왜 한국 군대는 군인이라는 직업과 관련된 공적인 부분에서만 계급에 따라 위계를 나누고, 일상생활에서는 나이에 따라 또는 친구같이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는건지 참 궁금하다.
 일상생활까지 계급으로 구분해서 생활해야 실제 작전에서도 지휘체계가 유지된다거나 군대 기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는 이젠 설득력도 없고 너무 식상한 이유일 뿐이고, 그냥 나도 그랬으니 너도 그래야한다는 식의 보상심리에서 나오는 개인 이기심의 폐햬로 보는편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지..

 아무튼 군대내 계급이 주종관계처럼 일상생활까지 마음대로 간섭하는 잘못된 군대문화가 하루 빨리 없어져서 군대라는 곳이 젊은 나이에 시간적 손해에 잘못된 사회관계까지 배우는 곳이 아니라 올바른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경험을 할 수 있게해서 한사람의 인생으로보나 사회적인 측면으로 보나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는 곳이 되기를..



 그리고 군대문화를 다루는 프로그램들, 특히 진짜사나이 같이 군대에서 원하는 이미지만을 골라서 그것도 연애인들을 동원해 상당히 희화화해서 전해주면서 군대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보다는 오히려 잘못된 군대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면서 어떻게보면 본의아니게 모병프로그램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는것 같은데, 그 본래 목적이 아무리 오락에 있다고해도 미치는 파급효과를 생각한다면 양심적으로 폐지되는게 맞을것 같다는 생각이다.

 군대를 갖다온 사람이라면 군대생활에서 가장 힘든게 육체적으로 힘든 훈련이나 그런게 아니라 상식적으로는 납득되지않는 인간관계에서오는 정신적인 고통이 더 크다는데 동의 할 것 같은데, 진짜사나이에선 그런 정신적인 고통은 별거 아닌것처럼 코믹하게 다루고 육체적인 고통을 극복하는 만족감이나 뜬구름 같은 전우애로 상상속의 군대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한국의 모든 군인들이 진짜사나이에 나오는 연애인들처럼 항상 카메라의 감시속에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서로 계급에 상관없이 친구처럼 의지하면서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했다면, 아마 이제까지의 군대내 사건사고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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