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2013

베를린 (2012), 낯익은 첩보 장면들과 알아듣기 힘든 대사



베를린, The Berlin File (2012)

개인평점 5점

액션도 무난했고 해외에서 촬영해서인지 화면 분위기 괜찮았지만, 보는 중간중간 지루함이 느껴질 정도로 집중하기 힘든 언어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영화.

음에 드는 부분액션장면은 비교하자면 '도둑들'과 비슷한 수준 정도로 뛰어나진 않았지만, 중반 쯤 나오는 격투신과 추적 장면은 긴장감 있는 베를린의 특색이 묻어있는것 같아서 좋았다.
중반에 나온 격투장면의 분위기 전체적으로 적용했으면 좀 더 박진감 넘치고 재밌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화면은 첩보영화 답게 건조하면서 약간 무거운 느낌이지만 촌스럽거나 단조롭지 않았고 해외의 주변 건물을 배경으로 찍어서 인지 낯익은 배우들인데도 더 멋있어 보일 정도 였다.

음에 들지 않는 부분
대부분의 대사가 알아듣기 힘든 북한말과 영어로 이루어져 있다는건데, 원래 북한말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들 모두 북한말을 저음에 발음이 새는 식으로 구사하다보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고 그래서 의사전달이 잘 안되는 느낌이었다.
특히 전지현과 류승범의 북한말..

영어나 다른 외국어의 상황도 마찬가지 였는데, 외국어를 못하는 입장에서 들어도 미드나 외국 영화에서 듣던 대사에 비하면 감정이 부족하고 발음에 신경쓰면서 찍어 말하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뭐 '베를린'이 한국을 겨냥하지 않고 외국을 겨냥해서 만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북한에서 훈련을 거쳐 유창한 한국어를 사용하는 설정으로 하거나
아니면 아예 모든 대화에 자막처리를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이건 마치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사극을 한편 찍은 느낌 이었다.



몇몇 멋진 액션 장면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첩보 장면들은 너무 낯이 익은 나머지 어디서 베껴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고, 외국 배우들의 어색한 액션과 그리고 곳곳에 어설픈 설정들이 자주 보였다.
붕대를 두루마리 처럼 헐렁하게 감는다던가..
복면쓰고 들어왔다가 둘을 잡고나서는 복면을 올리고 나간다던가..
첩보 영화의 모양새는 갖췄는데 세세하게 살리지 못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15금 영화라는 것에서 벌써 잔인한 사실성이나 액션은 없다는걸 눈치 챗어야 하는건데,
초반 전지현에게 접대하라는 명령을 내리는데 정작 접대 장면은 없고 다음 상황으로 넘어 가는것 부터 약간 냄새가 나더니..

'베를린'에서 가장 어색한 역할을 고르라면 한석규를 고르고 싶다.(두번째는 전지현..)
물론 한석규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건 인정하고 그가 출연한 영화 중에 재밌게 봤던 영화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역할은 특수훈련을 받은 북한의 비밀요원을 상대하는 역할로 그에 상응하는 몸 또는 머리를 가지고 비등비등한 위치에 있어야 재미를 주는 역할인데,
한석규가 연기한 그 역할이 북한 비밀 요원과 대적 한건 몸 도 머리도 아니 표정 뿐이었다.

전지현은 '도둑들'에서와 같이 비중이 작은 손해볼것 없는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고,
류승범은 하정우와 대립하긴 하지만 같은 북한사람이니 남는건 한석규 뿐인데..
그럼 한석규가 하정우를 쫓으면서 긴장감을 유지하고 사건을 풀어나가는 중요한 역할로 봐도 될것 같은데,

한석규가 보여준 국정원 요원은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서 하정우를 잡거나 뻔히 보이는 사실을 조합 하는 일반인 정도의 수준을 보여준다.
첩보전 중에 자신의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소리를 지른다거나
액션으로 보여줘야 하는 부분에서 표정만 찡그리고 소리를 지르는 걸로 표현되는 역할은 아닌것 같은데 말이다.
한석규의 달콤한 목소리의 부드러운 연기나 진지하면서 광기 어린 연기도 재밌게 본적이 있지만, 이번 베를린에서 보이는 과장된 표정과 연기에 유독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왜 일까..

북한말과 외국어 때문인가..
아니면 설정이 부족하거나 인물 설명이 부족해서인가..
그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모아놓았는데 영화는 전체적으로 덜그럭 거리는 느낌이 든다.




몇가지 아쉬운 점을 덧 붙이자면,
음악은 긴장감이 넘치는데 상황이 전혀 그렇지 않은 장면들이나
마지막 액션 장면에서 너무 흔들어대는 카메라 때문에 정교한 격투는 커녕 제대로 보이는 것이 없었던 화면들 정도.

'베를린'의 평이 왜 이리 좋은지도 사실 의문이 든다.
한국 첩보 영화의 역사를 다시 썼다느니 교과서라느니 하는 찬사는 개인적으로 이해하기는 좀 힘들다. 물론 그간의 첩보 영화에 비해 그리고 외국의 첩보 영화와 비교해도 분위기는 잘 살렸다는것에 동의 하지만, 어설픈 설정에 이야기 자체도 그렇게 흥미롭지 않고 그렇다고 액션이 큰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베를린을 보느니 차라리 '도둑들'을 한번 더 보는게 나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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