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이 들린건지 아이패드를 사고 싶은 대리 욕구를 풀고 싶었는지.. 어쩌다보니 책도 별로 안 읽는 편인데 YES24에서 ebook리더기 '크레마 터치'를 구입하게 되었다.
여러 서점이 연합한 '크레마'와 교보문고의 'SAM'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YES24에서 이벤트로 2만포인트에 3만원 상당의 케이스(아무리봐도 3만원짜리는 아닌듯)를 준다고 해서 몇 만원이라도 아끼자는 생각에 크레마 터치를 선택했는데, 8월 4일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바로 '크레마 샤인'신제품 예약판매와 함께 크레마 터치의 가격이 2만원 할인되는 걸 보면 든 생각은 '더러운 막차 였.."
어쩐지 장장 두달간의 이벤트에 2만포인트나 준다했더니 신제품을 출시를 앞두고 몰래 재고 밀어내기 중이었나보다. YES24 홈페이지에서는 크레마 샤인에 대한 이야기를 본 기억이 없는데, 이런면에선 신제품 나올때마다 몇 달전부터 예고하는 스마트폰이 더 정직해 보이기도 한다. 솔직히 현금 2만원 할인이 YES 2만포인트보다 탐나긴 하지만, 그래도 크레마 샤인하고는 가격차이가 좀 있으니 많이 억울하지는 않고 (그렇다고 신제품 나온 마당에 크레마 터치의 가격이 싸다는뜻은 아님) 처음 써보는 이북리더의 매력도 나름 있으니 다음에 살때는 절대 충동구매를 안하겠다고 다짐을..
아 그리고 크레마 터치에 주는 3만원 상당의 케이스 품질이 한 칠팔천원정도로 생겼는데 이걸 설마 3만원에 따로 구입하는 호객님이 있을까 걱정된다. 보니까 크레마 샤인에도 같은 케이스를 준다고 광고하던데, 누구처럼 3만원 할인되는 것처럼 착각하는 일은 없기를 바라며..
이북리더기 처음 써 본 느낌
이북(ebook)리더기(전자책 단말기)가 전자잉크 방식이라 눈이 편하고, 배터리 소모가 적다는 등의 말은 일단 접어두고 이북리더를 사용해보고 느낀점은
'돈 있으면 태블릿, 돈 없으면 이북리더기'
'딱! 책,문서만 볼거라면 이북리더기, 인터넷과 어플도 사용하고 싶다면 태블릿'
과거 자사의 책만 볼 수 있었던 이북리더에 비하면 요즘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돌아가는것들은 스마트폰처럼 어플 설치로 다른 서점의 책들을 보는게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낮은 사양과 흑백 화면 같은 하드웨어적인 한계는 그 이상의 웹서핑이나 게임 같은 추가적인 활용을 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이북리더가 돈만 아까운 별로인 물건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애초에 구입하지도 않았을테니까.. 책이나 만화,문서파일 정도의 활용을 기대한다면 태블릿 보다 저렴하고 장시간 봐도 불편하지 않다는 몇가지 장점들을 가지고도 있는것도 사실이다.
E-Book리더기의 종류
먼저 인터파크의 비스킷 단말기의 경우 2010년 출시된 구모델이기도 하고 리눅스 기반으로 인터파크의 컨텐츠만 이용 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도하고 이미 판매 중지 된 상태라서 제외시켰다.
킨들 페이퍼화이트(Kindle PaperWhite)는 한국에 아마존이 없어서 외국서적을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용도가 한정되어 있지만, 이북리더기의 최고라는 평이 있어서 비교 차원에서 넣어봤다.
4개의 기기들 모두 6인치의 전자잉크 디스플레이 방식을 사용하지만, 크레마 샤인과 킨들 페이퍼화이트는 조명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더 선명하고 어두운 곳에서도 책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PPI(대각선 픽셀 수/대각선 인치) 높을수록 더 많은 픽셀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 매끄럽게 표현 할 수 있게 되는데, 크레마 터치의 해상도가 작아서 PPI가 낮은 편이지만 아이폰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처럼 두배의 차이가 아니라 약25%정도의 차이라면 체감적으로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 할 수도 있을것 같다.
입력방식에서 다른 제품은 정전식 터치인 반면 크레마 샤인은 광학식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터치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등 그리 좋은 평은 아닌 것 같다. (광학식이라는 말도 있고 IR(적외선) 방식이라는 기사도 있어서 확인이 필요)
터치스크린패널 기술 동향 및 시사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글을 보면 광학식은 정전식에 비해 빛투율과 해상도가 좋고 입력방식에 제한이 없지만 터치감은 정전식이 더 좋다고 한다.
멀티터치는 대부분의 이북리더기들이 2터치까지만 지원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고, 전자잉크 패널의 반응이 느려서 활용도도 떨어지는 편.
운영체제는 크레마 샤인이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을 사용하는게 눈에 띈다.
이정도의 CPU 성능 차이는 운영체제와 사용 프로그램이 얼마나 최적화가 잘 되어 있느냐에 따라 구동속도가 좌우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메모리는 크레마 샤인이 512MB로 가장 크다.
내장공간의 차이는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전자책 한권당 용량이 몇메가에서 몇십메가에 불과하고, 한권을 책을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는 점, 그리고 와이파이만 연결되어 있으면 언제든지 필요한 책을 내려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용량이 큰 이미지로 된 만화를 담아서 볼거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한국제품 3개 모두 외장슬롯으로 microSD카드(SDHC, 최대 32기가)를 지원하기 때문에 역시 내장공간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나와 microSD카드의 가성비는 8G(4천원대)와 16G(8천원대)가 1기가당 500원으로 좋은편.
무선인터넷은 크레마 터치가 802.11g 까지만 지원해서 가장 느린편이지만 이는 초당 약 500kb 정도의 속도로 동영상을 볼 수도 있는 속도로 전자책을 다운 받는데 크게 불편 할 정도로 느린건 아니다. 이왕이면 802.11n까지 지원하는 제품이 좋은건 사실이지만 큰 매리트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배터리용량은 교보문고의 SAM이 가장 큰데, 보통 제품설명에 있는 사용시간은 글자만 있는 이북을 하루에 얼마정도 사용 했을 때 몇 십일간 사용이 가능하다는것으로 실사용시에는 전혀 의미가 없는 수치이기도 하고, 각자의 사용용도나 전차책뷰어의 성능에 따라 다시 차이가 날 수 있는 부분이라서 역시 큰 의미는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
4가지의 단말기 중에서 어떤게 좋다고 딱 찝어서 결론 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각각 장단점을 간단하게 살펴보고 용도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면 될 것 같은데..
크레마 터치는 이번 샤인의 출시로 안드로이드 기반의 터치식 이북리더기 중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이다. 물론 그만큼 사양도 낮지만 어차피 이북리더기가 흑백화면으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책읽는 용도로 다른 제품에 비해 4만원정도 저렴하게 구입 하는게 아주 나쁜 선택은 아니다. 터치의 가격을 너무 낮추면 크레마 샤인이 안팔릴까봐 그러는것 같은데, 초반 몇 달간 크레마 샤인 좀 팔고나면 좀 더 현실적인 가격으로 내려오지 않을까 추측을.. (나는 막차 탔다고 크레마 터치를 옹호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교보문고 SAM은 크레마 샤인이 나오면서 기기만으로보면 가격이나 성능면에서 어정쩡한 위치가 되어버렸지만, 지속적으로 책을 많이 구입해서 보는 경우라면 교보문고의 SAM 구입자에게만 제공되는 회원제 책 대여 서비스 SAM(요금제에 따라 5~12권의 전자책을 180일간 대여)은 여전히 매력적이긴하다. 다만 보유 방식이 아니라 대여방식이라는 점 그리고 나중에 오픈한 인터파크의 ebook 대여점 서비스의 경우 7일,30일,1년으로 대여일자를 차등해서 더 저렴하게 빌려 볼 수 있다는 점에 비하면, 이제 더 이상 유일한 ebook 대여 서비스가 아닌 교보문고의 SAM 서비스는 오히려 선택의 폭이 좁고 상대적으로 비싼편에 속하기 때문에, 원하는 책이 교보문고에만 있는게 아니라면 궂이 교보문고의 단말기를 구입 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 됐다. (하반기 알라딘도 ebook 대여서비스 시작)
교보문고 SAM 대여서비스 월정액
인터파크 ebook 대여점 서비스 한권당 금액 차등
크레마 샤인은 아직 예약판매 중이지만 하드웨어 사양으로는 국내 3개 제품중에서 최고지만 어차피 태블릿에 비교하면 초기모델정도 수준의 저사양으로 어차피 책을 보는데는 큰 차이가 없을것으로 보인다. 장점이라면 패널에 조명이 들어가서 어두운 곳에서도 책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정도이고, PPI는 교보문고의 SAM과 차이가 없고, 오히려 정전식 터치에 익숙한 상황에서 광학식 터치 방식을 사용했다는게 단점으로 작용 할수도 있는 부분이다.
안드로이드 4.0이 얼마나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이북리더기에서 하드웨어 사양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서점의 어플이 얼마나 최적화가 되어 있고 잘 돌아가게 만들어져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크레마 터치에서 교보문고의 어플이 다른 서점의 어플에 비해 무겁게 돌아가는 편이라면, 더 좋은 이북리더기를 구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더 가벼운 어플을 제공하는 다른 서점을 이용하는 방법이 더 경제적이다.
킨들 페이퍼화이트는 작년 9월에 출시한 제품임에도 이번 크레마 샤인과 같은 조명방식의 제품으로 한국의 이북리더기가 1년정도 뒤쳐져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인데, 사용기를 찾아보면 기기에 대한 만족도도 높고 무엇보다 아마존의 광대한 컨텐츠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뭐 물론 나는 허접한 한국 인터넷서점들의 책 조차도 평생 다 못 읽을 정도로 게을러서 방대한 컨텐츠에 딱히 끌리는건 아니지만, 책 뿐만이 아니라 여러방면으로 활용도가 넓다는건 분명히 큰 매리트다. 다만 영어나 일본어가 가능하고 그와 관련된 외국서적을 구입하는 경우나 모든 파일을 자신이 구해서 직접 epub나 PDF로 변환한걸 넣어서 사용할거라면 모르겠지만, 여러사람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이 한국에서 서비스하기 전까지는 큰 매리트가 없는게 사실이다.
태블릿과 전자책단말기
기기의 성능이나 활용도로 볼 때 이북리더기의 가격이 저렴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최신 안드로이드 태블릿 넥서스7이나 갤럭시탭3 7.0이 20만원대 초중반(해외배송시 30만원 초반)인데, 단지 제조사의 말대로 눈이편한? 전자잉크 방식을 사용해서 책읽기에 최적화 되었다는 이유만으로는 태블릿 초기모델 수준의 낮은 하드웨어와 제한적인 용도의 한계를 감안하면서까지 이북리더를 사용하라고 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해 보인다. 이런 상황이 전자책 단말기를 15만원이라는 가격에 살 필요가 있을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건 2010년 인터파크의 비슷킷(3G모델)처럼 40만원이라는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출시되지는 않는다는 것 정도랄까.. (3G모델 40만원 출시 후 25만원으로, Wi-Fi모델 13만원에서 5만원으로 할인판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태블릿과 이북리더기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전자잉크와 낮은 가격이라는 점에 자신의 용도와 맞아 떨어진다면 또 충분히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일단 발광하지 않는 전자잉크 방식은 장시간 보기에 괜찮은게 사실이고, 한번 화면을 그리고나면 전력소모가 없어서 배터리를 장시간 사용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태블릿에 한참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스마트폰으로 웹서핑과 어플들을 실행하고 단지 책이나 문서를 작은 화면에서 볼 때 부족함을 느낀다면, 스마트폰과 중복되는 사용하지 않을 기능까지 들어있는 태블릿을 사는것보단, 가성비는 좀 떨어져도 금전적으로 부담이 적은 이북리더기를 구입하는것도 어떻게 보면 효율적일 수도 있다.
ebook리더기 시장
한국의 이북리더기 시장이 그리 재미를 보기는 힘든 곳인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존 같이 많은 컨텐츠와 사용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국의 인터넷서점들이 킨들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거기서 발생하는 컨텐츠 수익을 기대하기도 힘들게 사실이고,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사용자까지 서로 쪼개먹는 상황에서 '크레마'와 같이 여러 서점들의 서비스를 하나의 단말기로 통합하는 형태로 가는것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마존의 킨들처럼 자사의 컨텐츠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인터넷서점들 입장에서는 이북단말기를 팔아서 이득을 볼 것이 작으니 궂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도 없어져 버리는 샘이고, 차라리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돌아가는 어플에 집중하는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 할 수도 있을것 같다. 어쩌면 괜찮은 평을 받았던 인터파크의 비스킷이 이후 모델을 내놓지 않는것도 이런 판단을 해서는 아닐까 추측해본다.
교보문고 샘이 출시한지 1년정도에 2만대를 판매했다고 하고, 크레마 터치도 그 비슷한 수준이던데 2만대에 단말기 가격 15만원을 곱하면 30억 두 기기를 합친 시장이 겨우 60억정도밖에 안된다는 이야기다. 이것도 그나마 아마존의 킨들이 한국서비스를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둘중에 하나를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걸 감안하면 꽤나 우울한 결과라고 볼 수 있을것 같은데..
아무튼 크레마 터치에 대한 간단한 사용기를 작성하려다가 어쩌다보니 단말기의 비교로 가면서 꽤나 많은 시간을 잡아 먹어서 정작 크레마 터치 사용기는 다음 글로 올리게 되었는데, 하긴 신제품 출시로 구시대의 유물이 된 물건을 이제서야 리뷰한다는것도 좀 웃긴것 같기도 하고..
절대 크레마 터치 막차를 타서 억울한건 아니지만, 크레마 터치를 버리기 전까진 이 친절했던 이벤트를 잊기는 힘들것 같다..
참고글
전자책(크레마 터치), 살까? 말까? - 도아
전자책 단말기 전격 비교 sam vs 크레마터치... - IT+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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